[IT가 경쟁력이다] ① 제조업 사례 ‥ "정보화로 스피드 경영 이뤘어요"

기업의 정보화 수준이 레벨업되고 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스피드 경영'이나 '혁신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기업의 효율적인 업무 처리와 가치 창출에 정보화는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IT가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 셈이다.

기업 정보화로 경영 혁신을 이룬 사례들을 네 차례 걸쳐 소개한다.

◆한화제약

서울 석관동에 있는 한화제약 본사.이 회사 마케팅부 김XX 과장은 깜짝 놀랐다.출근하자마자 사내 통합정보 시스템에 접속했는데 전날 올린 업무계획 서류에 사장 결재가 벌써 났기 때문이다.

결재 시간을 살펴보니 새벽이었다.

정 과장은 동료들에게 말했다."사장님이 새벽에 결재를 하셨어?" 동료들은 "해외 출장 중에도 결재하시던데"라고 대답했다.

한화제약이 이 같은 '스피드 경영 체제'를 갖춘 것은 2005년 초였다.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전자결재 등 인터넷 기반의 통합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종전에 3~15일 걸리던 결재 기간이 평균 1.1일로 줄었다.

이 회사 경영기획부 정환석 과장은 "그동안 업무별로 분리됐던 사내망을 모두 인터넷 기반으로 통합하면서 지구촌 어디서나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결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자결재뿐 아니다.

일정관리,문서관리,외부정보 수집,메일 등을 모두 사내 포털 시스템(그룹웨어)으로 집중시켰다.

그 결과 영업 평가자료를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120분에서 30초로 줄었다.

영업통계의 당일 마감은 2초(종전 40분) 만에,월 마감은 1분(종전 하루) 만에 거뜬히 마칠 수 있다.

재고 및 판매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회사가 통합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든 돈은 13억원.시스템통합 업체인 롯데정보통신에 맡겨 2003년 초부터 2004년 말까지 2년 동안 구축했다.

시스템을 통해 스피드 경영을 이룬 결과 도입 초기인 2005년 한 해 동안 영업.생산.구매.인사.회계.문서관리 부문에서 거둔 비용절감 효과만 줄잡아도 5억원에 달한다.

한화제약은 내년 하반기에 완공할 춘천공장에도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 4월부터는 모든 영업사원에게 PDA를 나눠줄 예정이다.

PDA에 고객정보와 주문접수 영업정보 등을 저장하도록 해 이를 본사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에 활용할 방침이다.

정보화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PMS(프로젝트 관리 시스템) 도입 계획도 세웠다.



◆쵸이스코스메틱

충남 천안에 있는 화장품업체 쵸이스코스메틱도 지난해 12월 ERP 도입으로 '스피드 경영 체제'를 갖췄다.

스킨푸드,아이피어리스 등 화장품 회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직원 25명인 중소기업이다.

정보화 투자에 큰 돈을 들일 능력이 안돼 임대 방식(ASP)을 택했다.

매달 4만2400원을 내고 '이카운트'라는 통합솔루션을 빌려 쓰고 있다.

통합솔루션을 채택한 뒤 가장 빨라진 것은 원가와 손익구조 계산 작업이다.

월말 결산 작업이 종전에는 4~5일이 걸렸지만 ERP 도입 후 월말 당일에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 윤세기 차장은 "7명 이상이 필요했던 관리인원이 통합솔루션을 쓰면서 4명으로 줄었다"면서 "작년 12억원이던 매출액이 올해는 24억원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파비안느

여성 정장 제조.판매업체 파비안느는 정보화를 통해 매장 판매율을 높인 케이스다.

백화점과 대리점 등에서 58개 매장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2월부터 패션의류 분야 영업관리 시스템 '굿-MD'를 쓰고 있다.

시스템 도입 후 매장별로 완전 판매되는 품목이 연간 신상품 450개 중 40개 이상(종전 12개)에 달하고 있다.

인건비도 1억8000만원이나 줄였다.

이처럼 스피드 경영이나 경영 혁신 뒤에는 IT가 자리잡고 있다.

제조업체의 경우 경영 혁신에 필요한 구매 생산 판매 등 일련의 과정과 인사 회계 관리 업무의 정보화가 경영 혁신의 핵심이다.한국정보사회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정보화 수준은 업무별 정보화 단계를 넘어서 회사 모든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전사 정보화 수준에 이르고 있다"면서 "기업 정보화는 앞으로 기업 간 협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나아가 가치 창출까지 가능한 단계로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