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운임 급등‥환율보다 물류비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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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서만 해상 운임을 50% 넘게 올려놓고 내년에 또 올린답니까? 안 그래도 원.달러 환율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적자 수출'을 하고 있는데….이제 사업을 접어야겠네요."(중소 수출기업 A사 대표)
세계 양대 해운동맹이 내년에 대폭적인 운임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상당수 수출기업들이 미국.유럽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원화 강세와 원자재값 상승 탓에 수출 채산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물류비 급등'이란 악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수출업계는 내년에도 해상 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중소기업들의 '수출 포기 선언'이 잇따르는 것은 물론 냉장고 등 덩치 큰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현지 생산체제 구축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류 할증료도 덩달아 인상
해상 운임 급등의 진원지는 유럽이다.
유로화 강세에 따른 EU(유럽연합) 국가들의 구매력 증가와 '글로벌 자동차.전자 생산기지'로 떠오른 동유럽에 대한 부품 및 설비.기자재 수출이 늘면서 아시아~유럽 항로가 '선박 공급 부족' 사태에 빠졌기 때문.지난해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운임을 30% 가까이 올린 것도 유럽 수출 화물을 바닷길로 돌리는 데 한몫했다.올해 아시아~유럽 항로 물동량은 작년보다 20%가량 늘었다.
이로 인해 연초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100달러 수준이던 부산~로테르담 노선 운임은 현재 3100달러까지 치솟은 상태.FEFC의 가이드라인대로라면 내년 1월에 3500달러로 인상된 뒤 4월,7월,10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추가 인상된다.
여기에 유가 상승 및 달러 약세 여파로 유류할증료(연초 FEU당 470달러→내년 1월 900달러)와 환율조정비용(160달러→400달러)이 급등하는 등 부대비용도 함께 늘고 있다.아시아~유럽 항로의 '호황'은 아시아~미주 항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사들이 아시아~미주 항로에 투입하던 배를 유럽노선으로 돌리면서 미주 항로마저 공급 부족 현상에 빠지고 있어서다.
실제 TSA는 내년 태평양 노선 수요 증가율이 최대 9%에 달하지만 공급증가율은 5~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서부해안에서 철도를 통해 운송하는 시카고 등 중부내륙 지역의 경우 BNSF,UP 등 거대 철도회사들이 운임을 대폭 인상한 탓에 물류비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유류할증료와 성수기할증료의 경우 표준인상요율의 절반만 부과하고 나머지는 선사가 떠안고 있다"며 "운임은 수출기업과 개별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FEFC 가이드라인보다는 낮게 책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전제품 수출은 적자 불가피
해상 운임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는 품목은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다.
부피가 큰 데다 글로벌 기업들과 '1센트 가격경쟁'을 벌이는 탓에 물류비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서다.
냉장고의 경우 40피트 컨테이너에 30~40개 들어가는 만큼 운임이 FEU당 1000달러 오르면 1대당 25~33달러 정도 물류비가 더 든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년에 운임이 FEU당 1000달러 정도 오르면 냉장고 판매가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폴란드 가전공장의 생산 능력을 끌어올려 국내 수출 물량을 대폭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초 무역협회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미.유럽 해상운임이 FEU당 600달러 오를 경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채산성은 일제히 적자로 전환되거나,적자폭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수출업체 관계자는 "물동량이 많은 대기업은 협상을 통해 운임을 깎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해운업체가 달라는 대로 줘야 한다"며 "요즘 업계에선 '환율보다 해상 운임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김길섭 하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올해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이미 수출을 포기한 상태"라며 "원화 강세와 원자재값 상승에 이은 물류비 급등으로 '수출 한국'의 신화가 꺾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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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 화물운임도 두달새 50% 급등 ]
부피가 작은 IT(정보기술)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해상 운임보다는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항공 화물운임이 걱정거리다.
지난 9월까지 ㎏당 2000원 안팎이었던 서울~프랑크푸르트(독일) 노선 운임이 10월 2400원을 거쳐 이달에는 30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성수기임을 감안해도 두 달 만에 운임이 50%나 오른 적은 거의 없다는 게 무역협회의 설명이다.
항공사들은 또 유가 급등을 이유로 현재 ㎏당 최고 600원씩 받고 있는 유류할증료 상한액을 840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건설교통부에 건의해 놓고 있다.
2005년 11월 이후 기름값이 54% 올랐지만,유류할증료를 인상하지 않은 만큼 현실화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무역협회는 "항공사의 요구대로 유류할증료를 올려줄 경우 무역업계의 연간 부담은 작년보다 1522억원 늘어난 5323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최근 건교부에 인상 억제를 요청했다.
사상 유례없는 벌크선 업체들의 호황은 결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끌어내리게 된다. 벌크선 시황을 대표하는 BDI지수(Baltic Dry Index.건화물 종합 운임지수)는 지난해 3000포인트대에서 지난 16일 현재 1만870포인트로 3배 이상으로 오른 상태다.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벌크선 운임 역시 수출기업들의 원가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다.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를 국내로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이 오르면 포스코와 한국전력의 생산원가가 높아지고,결국 전기료와 철강제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세계 양대 해운동맹이 내년에 대폭적인 운임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상당수 수출기업들이 미국.유럽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원화 강세와 원자재값 상승 탓에 수출 채산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물류비 급등'이란 악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수출업계는 내년에도 해상 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중소기업들의 '수출 포기 선언'이 잇따르는 것은 물론 냉장고 등 덩치 큰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현지 생산체제 구축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류 할증료도 덩달아 인상
해상 운임 급등의 진원지는 유럽이다.
유로화 강세에 따른 EU(유럽연합) 국가들의 구매력 증가와 '글로벌 자동차.전자 생산기지'로 떠오른 동유럽에 대한 부품 및 설비.기자재 수출이 늘면서 아시아~유럽 항로가 '선박 공급 부족' 사태에 빠졌기 때문.지난해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운임을 30% 가까이 올린 것도 유럽 수출 화물을 바닷길로 돌리는 데 한몫했다.올해 아시아~유럽 항로 물동량은 작년보다 20%가량 늘었다.
이로 인해 연초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100달러 수준이던 부산~로테르담 노선 운임은 현재 3100달러까지 치솟은 상태.FEFC의 가이드라인대로라면 내년 1월에 3500달러로 인상된 뒤 4월,7월,10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추가 인상된다.
여기에 유가 상승 및 달러 약세 여파로 유류할증료(연초 FEU당 470달러→내년 1월 900달러)와 환율조정비용(160달러→400달러)이 급등하는 등 부대비용도 함께 늘고 있다.아시아~유럽 항로의 '호황'은 아시아~미주 항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사들이 아시아~미주 항로에 투입하던 배를 유럽노선으로 돌리면서 미주 항로마저 공급 부족 현상에 빠지고 있어서다.
실제 TSA는 내년 태평양 노선 수요 증가율이 최대 9%에 달하지만 공급증가율은 5~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서부해안에서 철도를 통해 운송하는 시카고 등 중부내륙 지역의 경우 BNSF,UP 등 거대 철도회사들이 운임을 대폭 인상한 탓에 물류비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유류할증료와 성수기할증료의 경우 표준인상요율의 절반만 부과하고 나머지는 선사가 떠안고 있다"며 "운임은 수출기업과 개별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FEFC 가이드라인보다는 낮게 책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전제품 수출은 적자 불가피
해상 운임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는 품목은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다.
부피가 큰 데다 글로벌 기업들과 '1센트 가격경쟁'을 벌이는 탓에 물류비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서다.
냉장고의 경우 40피트 컨테이너에 30~40개 들어가는 만큼 운임이 FEU당 1000달러 오르면 1대당 25~33달러 정도 물류비가 더 든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년에 운임이 FEU당 1000달러 정도 오르면 냉장고 판매가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폴란드 가전공장의 생산 능력을 끌어올려 국내 수출 물량을 대폭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초 무역협회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미.유럽 해상운임이 FEU당 600달러 오를 경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채산성은 일제히 적자로 전환되거나,적자폭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수출업체 관계자는 "물동량이 많은 대기업은 협상을 통해 운임을 깎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해운업체가 달라는 대로 줘야 한다"며 "요즘 업계에선 '환율보다 해상 운임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김길섭 하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올해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이미 수출을 포기한 상태"라며 "원화 강세와 원자재값 상승에 이은 물류비 급등으로 '수출 한국'의 신화가 꺾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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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 화물운임도 두달새 50% 급등 ]
부피가 작은 IT(정보기술)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해상 운임보다는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항공 화물운임이 걱정거리다.
지난 9월까지 ㎏당 2000원 안팎이었던 서울~프랑크푸르트(독일) 노선 운임이 10월 2400원을 거쳐 이달에는 30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성수기임을 감안해도 두 달 만에 운임이 50%나 오른 적은 거의 없다는 게 무역협회의 설명이다.
항공사들은 또 유가 급등을 이유로 현재 ㎏당 최고 600원씩 받고 있는 유류할증료 상한액을 840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건설교통부에 건의해 놓고 있다.
2005년 11월 이후 기름값이 54% 올랐지만,유류할증료를 인상하지 않은 만큼 현실화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무역협회는 "항공사의 요구대로 유류할증료를 올려줄 경우 무역업계의 연간 부담은 작년보다 1522억원 늘어난 5323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최근 건교부에 인상 억제를 요청했다.
사상 유례없는 벌크선 업체들의 호황은 결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끌어내리게 된다. 벌크선 시황을 대표하는 BDI지수(Baltic Dry Index.건화물 종합 운임지수)는 지난해 3000포인트대에서 지난 16일 현재 1만870포인트로 3배 이상으로 오른 상태다.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벌크선 운임 역시 수출기업들의 원가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다.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를 국내로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이 오르면 포스코와 한국전력의 생산원가가 높아지고,결국 전기료와 철강제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