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價 떨어지면 예금은 늘겠지만‥은행장들 '울지도 웃지도'

최근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은행장들의 심정이 착잡하다.

주가가 떨어지면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예금 등 은행 수신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웃어야 하겠지만,자신이 경영하는 은행의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져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은 상황이다.코스피지수는 지난달 말 2064.85에서 20일 1872.24로 10%가량 하락했다.

은행장들은 만약 주가가 현재보다 상당폭 더 조정받는다면 최근 1~2년간 지속되고 있는 금융시장에서의 '머니 무브(Money Move)' 현상의 전개 양상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증시가 2003년 상반기부터 이제껏 제대로 된 조정없이 상승랠리를 펼쳐 투자자들이 위험에 다소 둔감해져 있지만 주가 하락이 위험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이란 판단이다.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상품으로의 예금이탈 현상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은행 입장에서만 보면 주가하락은 안전자산 선호도 증대→정기예금 등 수신 확대→대출 확대 및 수익성 제고의 흐름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은행장들이 주가하락을 마냥 기뻐할 수 만도 없는 실정이다.당장 은행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주주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연임에 성공하거나 새로 선임된 강권석 기업은행장,강정원 국민은행장,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은 주가동향에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한때 2만3000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만5000원대로 떨어졌으며 국민은행도 9만원에서 6만5000원대,우리금융은 2만5000원대에서 1만7000원대로 각각 하락했다.은행장들은 여기에다 주가 하락이 소비침체 등으로 경기에 부담을 줘서 은행 기업가치 제고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도 걱정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