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뼈빠지게 수출해도 남는게 없다면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3분기중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에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69(2000년=100)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과의 교역에서 그만큼 불리해졌다는 뜻이다.환율하락으로 수출단가는 소폭 상승한 데 반해 원유 등 수입 원자재가격 폭등(暴騰)으로 수입단가가 크게 오른 데 따른 것으로,대외 경제환경의 변화에 대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교역조건 악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부작용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다.

힘들여 만들어 수출한 상품 값으로 종래보다 더 적은 양의 원자재나 상품을 사올 수밖에 없다면 그 자체가 손해를 보는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결국 국내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을 떨어뜨려 경영실적을 악화시키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체감경기 부진,소비ㆍ투자심리 위축,경기후퇴의 악순환을 몰고올게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하지만 무엇보다 우려스런 것은 수출이나 경영여건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화 약세로 원화환율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고,원유가격 급등과 국제금융시장 혼란,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세계 양대 해운동맹인 구주운임동맹과 태평양항로안정화협의회 또한 내년에 운임을 대폭 인상할 움직임이어서 우리 기업들은 국제 물류비 부담까지 추가로 떠안아야 할 판이다.물론 우리 힘만으로 환율과 유가 등 대외변수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대로 가다가는 수많은 수출 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그나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기마저 다시 꺾일 가능성을 배제(排除)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책 당국 등은 환율과 금리 등 정책변수들의 안정적인 운용과 물가불안 해소를 통해 우리 상품의 교역조건은 물론 수출 환경을 개선하는 데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과감한 규제철폐 등 투자환경 개선을 통해 기업 의욕을 되살리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