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堂도 이젠 최첨단 시대

2005년 4월 천년고찰 낙산사가 뜻밖의 산불에 휩싸였다.

불길이 중심법당인 원통보전으로 옮겨붙자 주지 정념 스님은 이곳에 봉안된 보물 제1362호 건칠관음보살좌상을 안고 정신없이 뛰었다.나무와 종이,천으로 만든 건칠불상에 불이 붙으면 원형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최고(最古)의 목조불상인 경남 합천 해인사 비로자나불상에 대해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불이 나면 불상이 지하 6m 아래로 순식간에 내려가 안전하게 보존되는 최첨단 법당이 들어섰기 때문이다.해인사는 오는 24일 오후 1시 화재에 대비한 열 감지기,지진에 대비한 진동 측정기 등 첨단 장비를 갖춘 대비로전(大毘盧殿) 낙성법회를 갖는다.

대비로전은 2005년 6월 발견된 국내 최고(最古)의 '쌍둥이 목조비로자나불상'을 모시기 위해 지은 건물.유사시 열 감지기의 자동 감지에 의해 불단 위에 모셔진 불상을 지하 6m의 별실로 내려보내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설계됐다.

별실 출입구는 열이나 중량에 견딜 수 있도록 2개의 방화문이 이동공간을 차단하도록 돼 있다.대비로전에 모실 불상들은 원래 법보전과 대적광전에 따로 모셔져 있어 쌍둥이 불상인 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불상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법보전 불상에 금칠을 다시 하는 과정에서 불상 내부의 묵서(墨書)가 발견돼 833년에 제작된 국내 최고의 통일신라 목조불상임이 밝혀졌다.

또 대적광전 비로자나불과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제작된 점도 확인됐다.비로자나불은 '큰 광명''큰 태양'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중생과 부처,번뇌와 깨달음,사바세계와 정토가 하나 되어 모든 대립과 분열이 극복되고 화합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쌍둥이 비로자나불에는 신라 진성 여왕과 대각간 위홍의 간절한 사랑과 서원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해인사 측은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인사는 지난해부터 칠월칠석에 즈음해 '비로자나데이 축제'를 여는 등 쌍둥이 비로자나불의 출현을 경축해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5년 8월 해인사를 방문해 이 불상들을 친견한 뒤 비로전 건립 지원을 약속해 건축불사가 이뤄졌다.

이날 낙성법회에는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과 총무원장 지관 스님,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과 유홍준 문화재청장 등 2000여명이 참석해 국운융창과 평화통일,국민대화합을 기원한다.

이날 낙성법회에 앞서 오전 8시에는 해인총림의 수행전통을 잇는 동안거(冬安居) 결제 법회가 열린다.

특히 올해는 해인사가 선원,율원,강원 등의 종합적 승가교육체계를 갖춘 해인총림으로 지정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여서 안거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또한 당시 해인총림 방장에 추대된 성철 스님이 그해 겨울 안거 기간에 100여일에 걸쳐 불교철학과 선사상의 진수를 설파한 '백일법문'의 사자후를 토해낸 지 40주년이어서 수행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해인사 스님들은 전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