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살짝 바꿨더니 매출이 '쑥쑥'

투박한 제품 디자인을 세련되게 바꿔 매출액을 크게 늘리는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뛰어난 기능의 제품을 출시하고도 디자인이 투박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던 중소기업들이 디자인 전문회사와 손잡고 제품을 개선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경기 화성의 공기청정기 생산업체 중외엔비텍(대표 김종민)은 지난해 9월 공기청정기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플레이어 기능을 추가,거실의 공기와 분위기를 색다르게 바꿀 수 있도록 한 '마인드 트레이닝 공기 청정기'를 출시했다.

개발비만 7억원가량 들인 제품이다.

이 제품의 매출액은 올해 4월까지 1억원가량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바이어들은 "촌스러운 블랙톤의 제품이 천장 구석에 붙어 있으면 분위기가 되려 칙칙해진다"며 외면했다.

김종민 사장은 "야심차게 출시한 신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너무 싸늘해 한때 회사를 계속 유지해야 할지를 두고 밤잠을 설치곤 했다"고 말했다.

고민하던 김 사장은 올초부터 디자인 전문회사 '디자인와우앤파트너스'와 손잡고 각진 모서리를 유선형으로 바꾸고 LCD창을 흑백에서 컬러로 교체하는 등 새롭게 제품을 디자인해 지난 4월 재출시했다.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9월까지 20억원어치의 제품이 팔려나갔다.

불과 수천만원의 디자인 개발비로 수십배의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본 셈이다.이 제품은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굿디자인 마크,석세스디자인 마크 등을 받기도 했다.

PMP업체 맥시안(대표 김종일)도 세련된 제품 디자인으로 2년 만에 매출액을 네 배로 늘렸다.

2005년까지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던 T600은 "기능은 괜찮은데 디자인이 구형 TV같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김종일 사장은 지난해 신제품(D900)을 출시하면서 디자인을 완전히 바꿨다.

한쪽에 쏠려 있던 버튼은 양쪽으로 나누고,얇은 직사각형 버튼을 동그랗게 바꿨다.

올해 들어서는 흰색 바탕의 신제품(E900)도 출시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 달라졌다.

2004년 4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17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50억원에 이른다.

김 사장은 "10~20대 젊은 층이 기능 변화보다 디자인 변화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대우전자 컴퓨터사업부의 후신인 대우루컴즈(대표 윤춘기)는 투박하게 각진 회색 모니터를 흰색의 곡선형 모니터로 바꿔 해당 제품 매출액을 2년 만에 76억원(2004년)에서 250억원(2006년)으로 세 배 이상 늘렸다.이양기 대우루컴즈 차장은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컴퓨터 주변기기를 선택할 때 기능성을 중시했지만 지금은 예쁘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