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청산 등 영향 엔화 급등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미국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고수익 외화 자산에 투자하는 기법) 청산이 일어나 일본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엔화 가치는 21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달러당 1.94엔가량 오른 108.45엔까지 상승(엔.달러 환율 하락),지난 12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 109.12엔을 돌파했다.엔화가 108엔대로 올라선 것은 2005년 9월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엔화는 이달 초만 해도 115엔 선을 맴돌았으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 주가가 급락한 중순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엔화 가치는 달러화는 물론 국제시장에서 거래가 많은 주요 16개 통화에 대해 모두 강세를 나타냈다.유로화에 대해서도 전날 유로당 163.21엔에서 160.80엔까지 치솟았다.

미국 2대 모기지회사인 프레디맥이 기록적인 손실을 냈고,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도 미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는 소식이 외환시장에 전해지면서 엔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급등세로 출발했다.

또 국제 유가가 배럴당 99달러를 돌파,소비시장 침체가 예상돼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시장 관계자들은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매도,엔화 매입' 움직임이 확산된 데다 일본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엔화 매입' 심리가 강해져 '엔화값' 상승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했다.

마쓰모토 사부로 스미토모신탁은행 외환딜러는 "투자자들 사이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해결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엔화 강세 추세가 당분간 이어져 연내 달러당 107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엔화 가치가 뛰면서 원화 가치는 100엔당 851원42전까지 떨어졌다(원.엔 환율 상승).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작년 5월19일 852원52전 이후 18개월 만의 최저치다.원화는 달러화에 대해서도 급락했다.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928원90전으로 전날보다 6원70전이나 하락했다(원.달러 환율 급등).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값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역송금 수요가 커져 달러 매입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기조적이기 때문에 원화 가치는 달러당 930원 정도까지 하락한 후 연말께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인한/박성완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