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찰스 '의류 프랜차이즈 사업서 홈런 날릴 터'

“저 아직 데뷔한 지 2년밖에 안 됐어요.”

그렇다. 찰스(26·본명 최재민)가 유명해진 건 불과 지난해인 2006년 월드컵 토고전부터였다. 찰스라고 하면 누구나 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직접 토고를 찾아가 스트라이커 아데바요르 등을 만나 웃음을 선사했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 전의 케이블TV VJ 경력까지 통틀어도 찰스가 방송 일을 한 기간은 만 2년밖에 안 된다. 다소 소란스럽고 엉뚱해 보이는 그의 스타일 때문에 굉장히 오랫동안 활동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말이다.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이처럼 웃기는 방송인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찰스는 185cm의 체격 조건을 밑천으로 일찍부터 개성 강한 모습을 보여 준 모델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그가 가장 먼저 손을 댄 일이자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직업은 패션 사업이다. 찰스가 처음 옷에 손을 댄 것은 무려 9년 전. 동대문시장에 가게를 연 후 꽤 여러 번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옷을 워낙 좋아했어요. 할 줄 아는 게 패션밖에 없어서 시작했습니다. 세 번 실패하고 나서 장사를 접기는 했지만 지금도 동대문시장에는 자주 가요. 친한 친구들이 다 거기 있으니까요.”9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찰스에게 의류 사업은 어린 나이에 성급하게 달려든 일을 넘어서서 평생 추구해야 할 천직이 되었다. 그래서 올해 4월부터는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으로 (주)쓰리에이스(대표 김동현)와 손잡고 ‘스투피찰스(www.stupidchars.com)’라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브랜드 출시와 동시에 압구정 1호점을 낸 후, 홍대앞과 춘천에 매장이 생겼고 부산과 수원점도 곧 오픈을 앞두고 있다.


기획·디자인서 실력 발휘

스투피찰스 브랜드의 전반적인 콘셉트는 젊은 남성들이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이지 캐주얼’이다. 아주 어린 남학생들보다는 2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손님들이 매장을 주로 찾는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스투피찰스는 인터넷 쇼핑몰보다 오프라인의 브랜드 프랜차이즈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찰스도 주로 여의도 본사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직영점인 압구정 매장을 둘러 본다. 본사에는 영업, 물류, 디자인을 담당하는 열다섯 명의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찰스가 관여하는 파트는 기획과 디자인이다. 현재 자체 생산과 외부 구입 비중 이 6 대 4 정도인데, 내년에는 100% 자체 생산을 목표로 중국 현지 공장과 계약한 상태라고 한다. 찰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옷을 생산하려면 자체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사업 초기 기반을 다지느라 여러 가지에 정신을 팔 수밖에 없었지만 100% 자체 생산과 함께 본격적으로 옷 자체에만 신경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사람들의 감각과 실제 옷 입기는 많이 다릅니다. 패션모델 활동을 한 저에게도 잘 어울리지 않는 옷이 있거든요. 제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춘다기보다 우리 옷의 스타일을 좋아하고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매장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찰스는 브랜드 스타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입는 옷에서도 그다지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패션을 안다기보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유행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요, 반드시 잘 팔리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단순히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래도 시장을 찾아보는 게 제일 빨라요. 동대문시장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는 것도 그래서고요. 오랫동안 장사를 해서 편안한 곳이기도 하고 패션에 대한 감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누구보다 실패 경험이 많은 그에게 실패하는 이유를 물어 역으로 성공하는 노하우를 듣고자 했다. 찰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이다. 성공 노하우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노하우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남보다 옷에 대한 센스가 있다고 자만하다가 세 번이나 망한 거죠. 타고난 감각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는데 말이죠.”

찰스의 이런 생각에는 자신이 겪고 본 직간접적인 경험이 반영돼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그가 닮고 싶은 모델로 꼽은 도매상으로는 ‘빈티지환’이 있다. 내로라하는 패션 리더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브랜드다. 찰스가 보기에 빈티지환을 비롯한 잘 되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성공한 이후에도 이전과 다름없이 잠을 줄여가며 직접 발로 뛰고 있는 사장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찰스가 강조하고 있는 점은 확고한 자기 주관이다. ‘스투피찰스’라는 브랜드는 찰스의 지인이 사람을 쉽게 믿고 잘 속는다며 붙여 준 별명 ‘스투피드(Stupid)’에서 따 온 이름이다. 그런 찰스이기에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이 더 뼈저리게 다가온다. 장사를 하는 동안 찰스에게 희망적인 충고를 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워낙 귀가 얇은 터라 사람들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실패한 후에야 자기가 중심을 잡고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것이 최고라는 결론을 얻었다.

“열심히 하면 절대 실패하지 않아요. 조금만 안일해지면 실패하더라고요. 아무리 공들여 쌓아 놓아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거든요. 이제 좀 될 것 같다는 느슨함이 실패를 가져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망하고 나서 새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작은 틈들이 저에게는 쉬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시간이었어요.”

스투피찰스의 목표는 매장이 전국 각지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매장이 자리 잡아 일정 궤도에 이를 때까지 고생하면 이후에는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찰스는 사업을 하는 최고경영자(CEO)라는 이름에 걸맞게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트북 들고 다니며 업무 처리

사업은 평생 해야 할 일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지만, 방송 활동 쪽은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방송 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전문 분야를 찾아서 이왕이면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요즘은 촬영을 하면서 경영에도 참여하느라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업무를 처리하는 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10대 때부터 장사를 시작하고 이제는 말 많은 방송가에까지 발을 들여놓은 찰스는 굳이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난 일들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저 앞으로 올 일만 생각하고 물 흐르는 대로 순리에 맞춰서 살고 싶다. 특히 힘들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몇 안 되는 연어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영어 스투피드(Stupid)는 사전적으로는 ‘우둔한’이라는 말이지만 속어로는 랩 등에서 ‘멋진, 굉장한’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찰스가 스투피찰스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는 이제부터에 달려 있다.

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