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의 피부이야기] 레티놀 성분 화이트닝 크림‥ 낮에 햇볕 받으면 오히려 '트러블'

청담동 일대에서 일명 '도자기 피부'라고도 불리는 하얀 피부는 고금을 통틀어 뭇 여인들의 소망이다.

'쌩얼 열풍'인 요즘은 말할 것도 없고 클레오파트라 등 모든 것을 다 가진 권력자도 하얀 피부에 대한 열망만큼은 죽을 때까지 식지 않았다고 한다.16세기 후반 영국을 다스렸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1533~1603년)은 하얀 피부를 만들기 위해 납과 식초를 섞은 미백분인 '페이스트'를 사용했다.

당시 프랑스의 귀족 여성들이 납에 과다하게 노출돼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는 것을 보면,당시 유럽의 귀족 여성들 사이에선 '엘리자베스 따라하기'가 꽤 유행했던 모양이다.

미모로 역사를 바꾼 클레오파트라 역시 미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그녀가 사용한 것은 우유.아침을 우유가 가득 담긴 욕조에서 시작해 잠들기 전 우유 목욕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사실 그녀의 피부에 젖어 든 것은 젖산이라고도 불리는 락틱산(Lactic Acid)이다.

클리콜릭산이 각질제로 최상의 효과를 낸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되기 이전까진 피부과에서 아주 두껍고 거친 피부를 없애는데 자주 사용했던 성분이다.스킨케어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과일산의 일종인 AHA(Alpha Hydroxy Acid)도 클레오파트라의 피부 관리법에 기원을 두고 있다.

'얼굴 하나면 결점 셋이 감춰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동양에서도 흰 피부는 부유함과 고귀함의 상징이었다.

중국인들은 조개 속의 진주를 가루로 만들어 먹었으며,조선 시대의 양반 규수와 기녀들은 흰 피부를 위해 쌀겨 물로 세안을 했다고 한다.명성황후의 얼굴이 항상 창백했던 것은 미백분에 함유된 납성분이란 얘기도 전해진다.

다행히 화장품이 발달한 요즘에는 예전처럼 납과 같은 유해성분을 바르거나 수고스러운 우유 목욕을 하지 않아도 하얀 피부를 만들어 주는 방법이 다양하다.

화이트닝 화장품을 비롯해 결점 없는 피부를 위한 시술들도 다양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각자의 피부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고르는 일이다.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귀 뒤나 팔목 안쪽에 제품을 발라보고 2~3일간 피부가 붉어지는지,뾰루지가 생기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레티놀 성분이 함유된 화이트닝 제품은 햇빛에 반응하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저녁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피부과 시술 역시 유행을 좇기보다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수다.

김지은 차앤박피부과 원장 jee04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