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정략 특검' 어떤 식으로든 바로잡아야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 특검법안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특히 정성진 법무부장관의 지적은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헌법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 말고도 "현 상태에서 특검제를 도입하면 수사대상이 되는 기업과 국가기관의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추되고 ,국가경제나 국가신인도에도 심대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부에서 '명분없는 특검'이란 반응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脈絡)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그런데도 국회는 재빨리 통과시켰다.

대선 정치게임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가져온 결과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정치놀음에 경제가 망가지고 국가신인도가 추락한다면 누가 어떤 방법으로 책임질 것인가.

결국 고통을 받는 것은 기업이고 민생일 따름이다.

특검법안 통과를 보면서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가 도지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특검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의 큰 부분을 짊어지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영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또 누구에 의해서든 의혹만 제기되더라도 기업들이 특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선례(先例)까지 남기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마음 놓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번 사안이 특검으로 해결할 일인지부터도 의문이다.

그야말로 의혹 수준에 불과한 사안에 대해 검찰 전체를 불신하고 특검에 수사를 맡기는 것은 과도한 대응임이 분명하다.

수사의 대상 또한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이번에 제기된 비자금 부분은 물론 2002년 대선자금, 그룹 지배권 승계 문제 등 그동안 거론돼온 의혹들이 망라돼 있다.

하지만 2002년 대선자금은 이미 재판이 종결된 사안이고 지배권과 관련된 삼성에버랜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상태다.

이런 것들까지 특검을 하면 사법질서를 크게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게 틀림없고 나아가 위헌 소지마저 없지 않다고 본다.특검 도입은 성급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지적해 둔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형식을 통해서라도 국회의 잘못된 특검 도입 결정은 바로잡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