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12년 매출 1500억弗" 발표에 외국인 투자자들 "이 상황에서 그게 가능?"

"신뢰는 곧 달러(dollar)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믿고 있지만 만약 신뢰가 무너진다면 돈이 날아가는 것과 같다.투자자로서 삼성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미국계 A 투자회사의 시니어 애널리스트)

삼성전자가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삼성 테크포럼'은 매년 11월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들을 모아놓고 회사의 현 경영 상황과 내년도 전망을 공유하는 자리다.

하지만 3회째를 맞는 올해 행사의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이 제기된 후 처음 투자자들 앞에 서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자연히 투자자들의 관심도 경영 자체보다 검찰과 특검의 수사 방향,그리고 이 같은 전방위 수사가 삼성전자 경영에 미칠 영향에 집중됐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올해 매출 1000억달러 달성을 기반으로 2012년까지 매출 1500억달러에 영업이익 2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경영비전을 내놨다.각종 의혹과 수사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좋은 실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 것.

그는 "반도체와 휴대폰 등 기존 사업은 물론 프린터,비메모리 등 새로운 성장축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더해 윤종용 부회장은 에너지,바이오 등 신사업 발굴에 70%의 시간을 쏟고 있다"는 설명으로 비전 달성을 자신했다.

하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이 같은 자신감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주 팀장의 기조연설이 끝나자마자 한 외국계 애널리스트가 "비자금 의혹 수사가 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처럼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과연 5년 만에 매출 50%의 성장을 이룰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에서다.

주 부사장은 "한 개인의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주장 때문에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유감스럽다.

결국에는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삼성의 경영 투명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가 다른 계열사의 분식회계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룹에서 강한 기업이 약한 기업을 지원해 주는 것을 우려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큰일인데,그런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 부사장의 진땀 어린 설명에도 투자자들의 우려는 불식되지 않았다.

휴식 시간 행사장 밖으로 나온 투자자들은 특검 일정과 수사 대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웅성대는 모습이었다.

특히 수사가 불러올 정치적 불확실성에 우려를 나타내는 투자자가 많았다.

현재로서는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예측 불가' 상황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한 홍콩계 펀드매니저는 기자와 만나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안을 수용하면서 어제(27일)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안다"며 "12월 대통령선거 등과 맞물려 삼성 이슈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큰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한 투자자도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매력적"이라면서도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추가로 투자를 할지 여부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룹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선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계 투자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며 해외 투자자들은 오너십 문제가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에 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주 부사장은 "혹시 (삼성전자 주식을) 팔겠다는 흐름은 없는지를 물으며 다른 투자자들의 눈치를 살피는 투자자들도 있고,15∼20명 가운데 1명꼴로는 '어떻게 해야 하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현재까지는 큰 동요가 없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연말에 계획된 해외 IR 행사들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내달 4일에는 두바이에서 두바이인터내셔널캐피털이 주관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고,5일에는 일본 노무라증권 행사에서 투자자들을 만난다.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룹의 경영공백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테크포럼 같은 IR 행사를 꼭 해야 하느냐는 시각도 있겠지만,예정된 행사를 취소하면 투자자들에게 '의혹이 사실'이라는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계속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경영투명성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