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티는 끝났다] (上) 덩치만 큰 약골 '자생력' 취약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은 대형화가 진전되고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지만 성장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규 진입이 차단된 상황에서 대형화된 은행들은 막대한 초과 이익을 누리면서 국내에서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그 결과 △수익구조 △리스크 관리 능력 △해외 네트워크 △전문 인력 등 측면에서 국내 은행의 자생능력을 따져보면 선진 은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비이자 수익 비중은 2006년 기준 12.8%로 미국(43.0%) 영국(46.5%) 은행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최근 2∼3년 새 펀드 및 보험 단순 판매 수수료 수입은 폭증했지만 투자은행(IB) 관련 업무 수입은 좀체 늘지 않고 있다.이렇게 되면 금융환경 등 외부 여건 변화에 따라 은행 수익성이 불안해질 수 있다.

리스크 관리 능력도 위환위기 이후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선진은행에 비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정의 한국은행 금융산업팀 차장은 "광범위한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동태적 리스크 관리 능력이 축적된 선진국 은행에 비해 국내 은행의 평가능력은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전문 인력 측면에서도 상품 개발,자산 및 리스크 관리,파생상품 거래 능력이 취약하다.

특히 채용 및 평가·보상 등에서 핵심 인력 육성 체계가 미흡해 유능한 인재를 뽑기 어려울 뿐 아니라 최근 들어 프라이빗 뱅킹(PB) 우수 인재가 증권사 쪽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국내 은행의 경우 대다수 직원을 일반 업무(92.1%) 위주로 채용하고 있으며 여신심사(1.1%) 투자은행(0.7%)분야 채용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국내에서 과점 지위를 활용해 몸집 불리기에만 주력하다 보니 해외 진출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은행 해외 점포망은 외환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해외 자산 비중이 2006년 말 현재 2.5%에 불과하다.

수익의 97% 이상을 국내 시장에서 창출하다 보니 국내 경제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떨어진다.

반면 선진국 주요 은행들은 해외 자산 비중이 30∼90%에 달한다.스위스 UBS와 독일 도이체방크의 해외 자산 비중은 각각 90.1%,79.0%에 달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