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신도시 청약미달 '후폭풍'

파주신도시 청약 미달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교하지구 등 주변 아파트값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고,파주시와 고양시 등 인근 지역에서 신규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업체들도 미분양 우려에 노심초사하고 있다.파주신도시는 분당급 대규모 신도시인 데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높은 관심을 끌어왔지만,지난달 30일 3순위까지 신청을 받았는 데도 전체 동시분양물량의 22%나 되는 1069가구가 미달됐다.


◆집주인들 매도 호가 크게 낮춰

3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파주시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1주일에만 1.13% 떨어져 수도권 평균 하락률(-0.01%)을 크게 밑돌았다.특히 파주신도시와 접해 있는 교하읍은 매매가격이 같은 기간에 2.2%나 급락했다.

교하읍 월드메르디앙1차 전용면적 85㎡형은 지난 추석 연휴를 전후로 2억8000만원대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호가가 3억원을 넘었지만,1순위 청약이 미달된 지난주부터는 2000만원 정도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곳에는 호가가 파주신도시 분양가보다 높은 3.3㎡(1평)당 1000만원대인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집주인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교하읍 A공인 관계자는 "이번 동시분양 전부터 미분양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집주인들이 '걱정반 기대반'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실제 1순위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나자 1000만~2000만원 정도 가격을 내려 팔아달라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전했다.

파주신도시 인근인 증산동 탄현동 등 고양시 북부지역에서도 후폭풍이 감지된다.

중산동 B공인 관계자는 "현재 주공5단지 110㎡형 급매물은 3억5000만원 정도에 나오고 있지만,파주신도시 미분양으로 분위기가 나빠져 이보다 1000만원 정도 내린 가격으로 계약서를 쓰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같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특히 앞으로 분양될 덕이·식사지구에서도 미분양이 나오면 집값 약세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규 분양업체 고민

특히 인근 지역에서 신규 분양을 추진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파주시와 고양시에는 덕이·식사지구 1만2000가구를 포함해 내년 봄까지 2만가구의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이번 달 식사지구에서 분양을 앞둔 A업체 관계자는 "파주신도시 아파트가 전매제한이 길어 고전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청약 성적이 이렇게 저조할 줄은 몰랐다"며 "대규모 분양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덕이·식사지구에서만 1500~45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인 GS건설 벽산건설 신동아건설 동문건설 등은 미분양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매일같이 실무자 회의 등을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도시개발지구인 덕이·식사지구는 기반시설을 위해 기부채납해야 하는 땅이 많아 실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부지는 40%대밖에 안돼 분양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3.3㎡당 1200만~1300만원에 분양하면 수익률이 2~3%에 불과해 사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1400만~1500만원 선에서 분양가를 써 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털어놨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