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개성공단의 VIP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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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유로로 차를 타고 1시간 북쪽으로 달려가면 군사분계선 바로 앞 지점에 도라산 출입국관리사무소(CIQ)가 있다.
개성공단으로 가기 위한 출경( 出境) 절차가 이뤄지는 곳이다.이 건물은 정부 관계자와 외빈들의 방문이 잦은 것을 고려한 듯 으리으리하게 지어져 있어 처음 찾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내부에도 귀빈실과 같은 'VIP 접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런데 개성공단에 수십억원을 투자하고 한 달에도 열 번 이상 개성을 오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이 귀빈실을 이용하지 못한다.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의 행사에 참석할 입주기업 대표들이 6일 출입국 수속을 받는 한 시간가량 귀빈실 문을 열어 달라고 관리기관인 통일부에 미리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차관급 이상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이어야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들은 답변이었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개성공단을 위해 가장 노력하는 기업인들은 '뜨내기' 취급하면서 정부 관계자들만 받들어 모시는 행태"라며 통일부를 비판했다.'높은 분들'께 잘 보여 자리를 보전하고 예산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공무원식 사고방식'의 전형이라는 것.
개성에 투자한 기업인들은 "남한에 투자했으면 세수 확보에 열을 올리는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얼마든지 VIP 대접을 받을텐데…"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개성공단 치적 홍보활동에는 입주기업들의 협조를 요청하며 '통일 일꾼'으로 포장한다"면서 "하지만 기업 활동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는 전보다 훨씬 더딜 뿐만 아니라 홍보에 도움되지 않는 일은 나서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남북 경제협력의 공로를 굳이 따지자면 협력의 물꼬를 튼 정부와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감행한 기업의 합작품이다.
특히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사업이 실패했다,문제가 많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대외적인 불평을 삼갔을 만큼 경협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들이 텅빈 VIP룸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통일부에 묻고 싶다.
이상은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elee@hankyung.com
개성공단으로 가기 위한 출경( 出境) 절차가 이뤄지는 곳이다.이 건물은 정부 관계자와 외빈들의 방문이 잦은 것을 고려한 듯 으리으리하게 지어져 있어 처음 찾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내부에도 귀빈실과 같은 'VIP 접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런데 개성공단에 수십억원을 투자하고 한 달에도 열 번 이상 개성을 오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이 귀빈실을 이용하지 못한다.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의 행사에 참석할 입주기업 대표들이 6일 출입국 수속을 받는 한 시간가량 귀빈실 문을 열어 달라고 관리기관인 통일부에 미리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차관급 이상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이어야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들은 답변이었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개성공단을 위해 가장 노력하는 기업인들은 '뜨내기' 취급하면서 정부 관계자들만 받들어 모시는 행태"라며 통일부를 비판했다.'높은 분들'께 잘 보여 자리를 보전하고 예산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공무원식 사고방식'의 전형이라는 것.
개성에 투자한 기업인들은 "남한에 투자했으면 세수 확보에 열을 올리는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얼마든지 VIP 대접을 받을텐데…"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개성공단 치적 홍보활동에는 입주기업들의 협조를 요청하며 '통일 일꾼'으로 포장한다"면서 "하지만 기업 활동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는 전보다 훨씬 더딜 뿐만 아니라 홍보에 도움되지 않는 일은 나서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남북 경제협력의 공로를 굳이 따지자면 협력의 물꼬를 튼 정부와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감행한 기업의 합작품이다.
특히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사업이 실패했다,문제가 많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대외적인 불평을 삼갔을 만큼 경협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들이 텅빈 VIP룸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통일부에 묻고 싶다.
이상은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