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家 박중원씨, 코스닥 시장서 '삼십육계 줄행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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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家 박중원씨, 코스닥 시장서 '삼십육계 줄행랑'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씨가 13억원 규모의 투자 손실을 보고 코스닥 시장에서 서둘러 철수했다. 지난 3월 뉴월코프(옛 가드랜드)를 인수합병(M&A)한 이후 장밋빛 경영계획만 늘어놓다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 셈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뉴월코프 최대주주 박중원 사장은 보유주식 102만여주(지분율 6.88%)와 경영권 일체를 개인 사업가로 알려진 안중화씨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가격은 한 주당 6000원으로 총 61억원이며, 이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가에 비해 두 배 가량 비싼 가격으로 팔린 것이다.그러나 박중원씨는 13억원 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박중원씨는 올 3월 23일 바코드관련장비 및 라벨 인쇄사업체인 가드랜드 전 대표이사 이재호씨와 라정배 이사로부터 경영권과 주식 130만주(지분율 3.16%)를 31억여원에 양수했다.
이어 4월 중 장외매수를 통해 총 49만여주(지분율 1.93%)를 13억5000만원 가량에 매입했다. 7월에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30억여원을 투자, 지분율이 종전 5.09%에서 6.98%로 높아졌다.
지금까지 뉴월코프 지분 총 취득가액은 74억여원인데 반해 이번에 체결한 주식 및 양수도 계약금액은 61억원. 이에 따라 박중원씨의 손실금액은 모두 13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게다가 7일 납일완료일을 앞두고 박중원씨 대상으로 진행됐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전격 철회했을 뿐만 아니라, 박중원씨는 지난 7월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증자물량을 1년간 보호 예수시켰다. 시장에서는 향후 1년동안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경영실적 향상에 매진하려는 뜻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박씨는 불과 5개월만에 주식을 서둘러 처분하고 떠났다. 경영권 안정화나 경영실적 향상에 모두 실패한 셈이다.
뉴월코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입장에서 박중원 사장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설명한 뒤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처분을 결정한 것으로만 안다"고 말했다.
보호예수물량이 포함된 채 인수계약이 이뤄져 향후 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코스닥 시장제도팀 관계자는 "규정 위반은 아닐지 몰라도 보호예수 주식을 미리 사고 파는 예약 매매라는 것이 밝혀지면 별도의 페널티를 준다"면서 "이러한 경우에는 보통 위험한 거래로 구분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조언했다.박중원씨는 지난 4월쯤 뉴월코프 지분 5.13%를 주당 2000원선에 매입, 최대주주가 된 후 대표를 맡아 회사를 운영해왔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