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선 토론회에서 과학퀴즈쇼를

박성래(朴星來) <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

한국 중학생의 과학 실력이 지난 6년 사이에 1위에서 11위로 추락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실시한 15세 학생들의 국제학력평가(PISA) 결과다.

2000년 1위에서 2003년에는 4위로 밀리더니 마침내 10위권 밖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의 홍콩(2위),대만(4위),일본(6위)에도 뒤진다.언론은 여러 가지 진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논평은 어느 과학자의 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은 지금 자기 자식이 과학기술 분야를 선택할까봐 전전긍긍한다는 것이다.이공계가 천대받고 기피 대상이 되다 보니 오늘날 한국 과학기술자들의 자존심이 크게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이 걱정이다.

그 원인은 여럿 꼽을 수 있지만,내가 보기에는 2002년 도입된 제7차 교육과정이 가장 큰 잘못이다.

과학을 선택하지 않고서도 이공계 대학 에 들어갈 수 있다니 누가 과학 공부를 하겠는가? 과학 시간과 학습 내용이 크게 줄고,대학 입시는 점점 과학과 무관하게 돌아갈 것이고,말하자면 한국 중고교에서 과학 과목은 안 해도 그만인 것으로 전락(轉落) 중에 있다.지금 11위가 몇 년 안으로 15위로,그리고 20위 밖으로 추락할 것이 뻔해 보인다.

때마침 미국의 '사이언스 디베이트 2008(Science Debate 2008)'이라는 과학자 단체가 대통령 후보의 과학 실력을 시험 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2008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그들의 과학 실력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 단체가 내놓은 5가지 가운데 둘만 예를 들어 보자.

첫째,4.5m 길이의 자동차를 크기 무게 재료 등 정확한 비율로 축소한 15㎝ 길이의 장난감 차가 있다.

장난감 차의 바퀴둘레가 7.5㎝라면 실제 자동차의 바퀴둘레는 얼마인가? 또 지붕 면적이 25㎠라면 실제 지붕 면적은?

둘째,캄캄한 산에서 등산객 4명이 계곡을 건너는 낡은 다리 앞에 서 있다.

다리는 한 번에 두 사람만 지탱하며,다리를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4명의 신체 조건에 따라 1,2,5,10분으로 서로 다르다.

두 사람이 함께 건널 때는 둘 중 느린 사람의 속도로만 건널 수 있다.

4명이 모두 다리를 건너려면 어떤 순서로 건너야 가장 빠른 시간에 모두 건널 수 있을까? 그 순서와 시간은?

답은 다음과 같다.

우선 축소 비율은 30분의 1.따라서 바퀴 둘레는 30배인 225㎝지만,2차원인 지붕 면적은 900배인 2만2500㎠ 다.

둘째 1분에 건너는 사람을 1,2분에 건너는 사람을 2로 각각 부른다.

1과 2가 같이 건너고(2분) 1은 되돌아온다(1분).5와 10이 같이 건넌(10분) 다음 건너가 있던 2가 돌아온다(2분).마지막으로 1과 2가 같이 다리를 건넌다(2분).총 17분.

이 단체의 과학기술자들은 현재 집권하고 있는 부시가 과학 실력이 워낙 형편 없어서 미국이 국제적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오늘날 최고집권자의 과학 실력은 통치능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에너지,환경,국방 문제 등 오늘의 문제 모두의 바닥은 바로 과학과 기술이기 때문이다.

교육 또한 과학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국가 장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우리도 한번 대통령 후보들을 퀴즈 박스에 격리해,이런 문제들을 내주고 누가 먼저 바른 답을 내놓는지 시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후보들에 대한 TV 토론 가운데 과학퀴즈 대결도 펼쳐서 유권자들이 그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실력을 평가하게 하고,또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 전체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런 대통령 후보 과학토론 한 번이면 내년도에 당장 우리나라 중학생의 과학실력 수준은 세계 최고로 다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후보들이여! 이 '과학 퀴즈쇼'에 자진 출연하심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