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교토의정서는 포기해라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도 낯익은 장면들이 목격되고 있다.약속만 해놓고 실행에 옮기지 않던 협약 당사국들은 여전히 높은 요구수준만 내놓고 있다.

더 엄격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타임테이블 설정,더 많은 나라의 참여를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토의정서보다 더 크고 더 훌륭한 새로운 협약은 더 큰,더 나쁜 실패를 초래할 것이다.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협약에 서명한 선진국들에 2008~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감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온실가스 배출 상한을 정해놓고 필요하다면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들 중 어느 것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세계 전체 탄소 배출량은 기록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유럽연합 주요 회원국에서 독일과 영국을 제외하면 온실가스 배출은 1990년에서 2005년에 이르는 동안 10% 늘어났다.

일본의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다.그러면서도 교토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결국 교토회의는 기술적,정치적으로 실패작이었다.

15년이란 시간이 낭비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먼저 오존 파괴나 핵무기 문제를 푸는 협정 같은 데서 문제해결 방식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슈들은 단순하고도 기술적인 해결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너무나 복잡한 문제다.

또 교토의정서와 같이 목표를 정해놓고 여기에 맞추는 해결책은 예기치 못한,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지구의 미래에 그렇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전략을 찾아야 하고 교토의정서 같은 메커니즘은 이제 포기해야 할 때다.

묘책은 있을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할 순 없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접근법들을 잘 조합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제대로 작동하는 탄소배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실제 필요에 의해 상향식으로 설계돼야 하고 효율적 거래를 위한 조세제도,연구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

전쟁시기에 버금가는 투자도 필요하다.

선진국과 탄소 다량 배출국들은 자국의 국방 연구개발비(미국의 경우 연간 750억~800억달러대)에 버금가는 돈을 투자하는 게 마땅하다.

네덜란드인들이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제방을 쌓았듯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높여내야 한다.

최근 십여년 동안 이런 적응의 문제는 경원시돼왔다.

적응을 강조하다보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온실가스 감축에는 수십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적응방법은 그 효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고 기술혁신과 인센티브를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다.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이 글은 그윈 프린스 런던정경대 맥킨더센터장과 스티브 레이너 옥스퍼드대 제임스마틴 연구소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공동기고한 'Hot Air in Bali'를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