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이사 몰려 '전세난' 우려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달 말까지 대거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이사 수요가 집중돼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사업장의 일정을 감안할 때 이주 및 철거시기가 비슷해 공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이주수요가 내년 상반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여기에 청약가점제 실시로 가점을 높이려는 대기 청약자들이 전세주택으로 몰리고 있는 데다 내년에는 소형아파트 입주물량까지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전세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달 2만가구 관리처분 신청

17일 한국 재건축재개발정보원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수도권에서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지난 11월 한 달에만 34개 단지,1만9034가구에 이른다.또 10월에도 6000~7000가구 정도의 사업장에서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0~11월 두 달 동안에만 최소 2만5000가구 이상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셈이다.

이들 사업장은 관리처분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지자체의 인가가 떨어지면 바로 이주 및 철거가 시작된다.다만 관리처분인가 신청안에 대한 지자체의 보완조치나 내부 조합원들 간의 갈등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3~4월,늦어도 내년 5~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주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거환경연구원 강현귀 연구원은 "개별 사업장별 사업추진 속도를 일일이 파악하긴 어렵지만 통상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주시기도 비슷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지적 전세난 우려이처럼 재개발.재건축 추진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주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 봄부터 전세난이 우려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정상적인 시장 질서가 흐트러지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이 급격하게 왜곡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뉴타운 사업과 일반 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이주수요가 많은 서대문구(4318가구) 마포구(2946가구) 성동구(2810가구) 동작구(1570가구) 경기 부천시(1408가구) 등의 전세난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전세 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소형아파트 입주물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전세난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한국건설사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08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전용면적 66~102㎡짜리 소형 아파트 입주물량은 2006년까지는 전체 입주물량의 25% 안팎을 차지했으나 건설업체의 중.대형 아파트 건설이 늘면서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16.5%,18.7%로 급감할 전망이다.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의 경우 원래 거주하고 있던 지역을 멀리 벗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에 따라 이들지역의 전세난이 더 가중되는 현상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