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횡령 등 악재 이후 상호변경 잇따라

최근 경영진의 대규모 횡령 혐의 발생 이후 상호를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개인적인 용도로 회삿돈을 사용하고, 경영권을 매각하는 등 상습적으로 변경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금융감독원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상호를 변경했거나 바꿀 예정인 상장사 총수는 모두 120여건에 이른다.이 중에서 경영진의 횡령 혐의 등 악재가 발생한 이후 변경상장했거나 할 예정인 상장사는 티티씨아이(옛 젠컴이앤아이), 세종로봇, 에코에너지(유니보스), 삼협글로벌(에프와이디), 베스트플로우(여리인터내셔널), 엔블루(월드조인트), 코스모스피엘씨(페트로홀딩스), 유한NHS(블랙미디어, 실미디어), 삼성수산(티에스엠홀딩스) 등으로 나타났다.

젠컴이앤아이는 이번주 첫 거래일부터 티티씨아이로 상호를 변경했다. 젠컴이앤아이는 그러나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전직 임원이나 제3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회사 보통 예금에서 40억원 가량을 무단으로 인출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53억원 규모의 어음을 분실한 사실을 지난달 30일(금요일) 장 마감 후 공개해 '올빼미 공시'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세종로봇은 오는 20일 플러스프로핏으로 변경상장될 예정이다. 세종로봇의 전 대표이사 유상호씨는 지난달 중순께 18억원 가량의 배임 및 횡령 혐의가 확인됐고, 회사측이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회사는 요즘 개인투자자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달 6일 개인 부일환씨가 지난 9월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 별지목록 기재 결의사항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소송으로 인해 변경상장 일정도 당초 7일에서 20일로 연기됐다. 이어 부일환씨 외 3명은 이사 및 감사의 해임과 새로운 이사 선임을 목적으로 한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청구소송을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NHS는 올해 들어서만 상호를 두 번이나 변경한 경우다. 지난 7월 실미디어에서 블랙미디어로 변경된 지 두 달 만에 지금의 유한NHS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LG가 구본호씨의 투자설이 나돌았던 블랙미디어는 유한NHS로 변경상장하기 직전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철회, 9월27일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불공정공시법인으로 지정됐었다. 이후에도 DVD판권 및 배경음악 공급원 양도계약을 지연 공시해 또 다시 불공정공시법인으로 지정, 이달 5일 하루 동안 주권매매가 정지된 바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한NHS는 지난달 20일 전 대표이사였던 김주현 실홀딩스 대표이사를 '133억원 가량의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 대표는 이러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양측의 공방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베스트플로우는 지난 11월초 상호를 변경하기 전인 여리인터내셔널의 전 대표이사 김은모씨를 회삿돈 103억원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코스모스피엘씨(옛 페트로홀딩스)도 전 대표이사인 황우현씨가 회사에서 보관중이던 양도성예금증서 30억원 가량을 횡령했다고 지난 10월 밝힌 뒤 아예 상호를 변경했다.
지난달 2일 상호변경된 엔블루(옛 월드 조인트)의 경우에는 전 최대주주가 자금 횡령 등 혐의로 연초 구속기소돼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향을 선고 받았었다.

이밖에 삼협글로벌(옛 에프와이디)과 삼성수산(옛 티에스엠홀딩스)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이후 변경상장했다. 삼협글로벌은 최대주주 주식양수도계약 정정내용을 신고하지 않아 지난 9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었고, 삼성수산은 전 사외이사의 횡령 혐의 발생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월8일 불성실공시법인이 됐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