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휴대폰 사업 '승진 잔치' … 40代 대거 발탁·남용 체제 강화

정기 임원인사, M&A 전문가 영입 눈길

LG전자 LG필립스LCD 등 LG그룹의 전자계열사들과 LG텔레콤은 지난 18일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고 19일 밝혔다.이번 인사에서는 40대의 젊은 인재들이 부사장과 상무급으로 대거 발탁돼 상당한 규모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또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를 실시해 '인화의 LG'에서 '성과의 LG'로 변모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LG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올해 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남용 부회장의 '친정 체제'를 굳히는 한편,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을 다졌다.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LG전자 CFO에 M&A 전문가

이번 LG전자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남용 부회장의 측근들이 주요 요직에 대거 전진배치됐다는 점이다.최고재무책임자(CFO)부터 바뀌었다.

현 정호영 CFO는 LG필립스LCD로 자리를 옮기고,그 자리에 ㈜LG의 재경팀장을 맡아온 정도현 부사장이 선임됐다.

정 부사장은 2000∼2003년 구조조정본부에서 M&A업무를 맡았던 M&A 전문가다.남 부회장의 해외 기업 M&A를 통한 성장전략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이번에 아시아지역사업본부장을 맡은 남영우 ㈜LG 경영관리팀장(통신.서비스)도 남 부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최측근이다.

남 부회장이 LG텔레콤 사장으로 있을 때 부사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7월 함께 지주회사로 옮겨왔었다.

또 최고기술책임자(CTO)에 디스플레이 전문가인 백우현 최고기술자문(CTA)이 3년 만에 다시 돌아왔고,그룹 내 반도체 전문가로 통하는 현 이희국 CTO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인 실트론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휴대폰 사업 성과에 승진으로 보상

LG전자 영업이익 기여도의 78%(3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MC(휴대폰) 사업본부는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만큼 대규모 '승진파티'가 벌어졌다.

부사장 승진자 6명 중에서 3명이 MC사업본부에서 나왔다.

송대현 전략구매팀장,곽우영 MC연구소장,배원복 MC상품기획팀장 등이다.

송 부사장과 배 부사장은 각각 중국 톈진 법인장과 디자인경영센터장에 보임됐다.

권오준 법무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도 승진과 함께 MC사업본부로 옮겨오면서 높아진 휴대폰 사업의 위상을 보여줬다.

조성하 ㈜LG 경영관리팀장(전자)이 1년 만에 다시 MC한국사업부장으로 돌아오며 부사장으로 승진했고,이정준 PC사업부장도 부사장 승진과 함께 MC사업본부 신사업개발팀장을 맡았다.

일반경영 직군의 상무 승진자 중에서도 18명 중 5명이 MC사업본부에서 나왔다.

나머지 사업본부가 모두 1∼2명의 신규 임원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최고 히트모델인 초콜릿폰을 디자인한 차강희 부장도 전문위원(상무급)으로 승진했다.

◆속도 내는 '글로벌 남용호(號)'

LG전자는 최고구매책임자(CPO)로 토마스 린튼 부사장을 영입했다.

최근 화이자에서 영입한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더모튼 보든 부사장에 이어 두 번째 외국인 최고경영진이다.

린튼 부사장은 IBM에서 20년간 근무한 뒤 반도체 제조회사인 프리스케일(Freescale)에서 CPO를 맡아온 구매 전문가다.

LG전자는 앞으로도 인사와 공급망관리(SCM)의 최고책임자로 외국인을 영입할 계획이다.

C-레벨 경영진에 한국인(3명)보다 외국인(4명)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LG전자는 또 해외 법인의 현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인도법인과 러시아 연구소에서 두 명의 현지인을 임원으로 선임했다.글로벌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해외사업 조직체제를 8개 지역사업본부로 재편하기도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