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녹아있는 세계정상들의 뒷얘기

2002년 5월 부시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시라크 대통령은 샤토 뤼섹 89년산과 샤토 라피트 로쉴드 86년산 등 최고급 와인으로 대접했다.

9ㆍ11사태 이후 양국의 화합 분위기와 시라크의 재선이 '멋진 향연'의 배경이었다.그러나 양국 관계는 이라크전 이후 급속히 냉각됐다.

'와인과 외교'(니시카와 메구미 지음,김준균 옮김,지상사)는 와인을 매개로 한 국제 정치의 이면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인다.

2004년 7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ㆍ일 정상의 '노타이 회담' 얘기도 들어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이때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6자회담 공조,정상회담 연 2회 개최 등에 합의하면서 풍부한 해산물과 프랑스산 최고급 와인을 내놨다.

그러나 이듬해 3월 한국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고 일본의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가결시킨 뒤 가진 회담에서는 아주 소박한 요리만 나왔다.

이처럼 와인과 요리는 대외적인 공식 선언문보다 더 깊숙한 외교관계의 속내를 비춰내는 '투명 식탁'이다.책갈피마다 녹아 있는 외교 비사들도 재미있다.

242쪽,98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