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허브' 구호뿐? … 홍콩 · 싱가포르에 경쟁력 한참 밀려

참여정부는 5년 전 출범과 함께 한국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금융산업은 경쟁 국가에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뒤져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의 '2007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31위로 조사 대상 55개국 중 중하위권에 머물렀다.홍콩(3위) 싱가포르(5위) 등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다는 평가다.

파생상품과 헤지펀드 제한 등 금융 시장을 둘러싼 각종 규제가 아직 금융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국내 대형 금융사들도 차별화 없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전략의 핵심 사업으로 2005년 출범시킨 국부펀드 KIC(한국투자공사)도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자본금이 200억달러로 적다는 원천적 한계는 물론이고 선진국 채권과 상장 주식으로 투자 대상이 제한돼 공격적인 투자가 봉쇄돼 있는 데다 재원 확대를 놓고도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투자청(GIC)을 벤치마킹해 만들었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한 GIC의 소프트웨어는 이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이명박 정부도 국책은행 민영화를 통한 대형 IB(투자은행) 육성과 금융 관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금융허브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공약(公約)을 내걸고 있지만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지 않으면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