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더 내려놓음'

"움켜잡으려 하면 할수록 소멸되고,가지려 하면 할수록 공허해지는 우리의 삶.무엇으로 나의 삶을 풍성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내 것을 얻으려면 내려놓아야 한다." 이용규씨는 '내려놓음'이란 책에서 "욕심과 집착을 모두 버리라"며 미처 깨닫지 못한 영혼을 일깨우고 있다.

그는 힘겹게 쌓아올린 명예나 꽉 움켜쥐고 있는 재물을 모두 내려 놓을 때,비로소 진정한 쉼과 참된 평안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명예나 재물은 분명히 '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당장 내려놓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가족과 함께 몽골로 달려가 선교사로 사역중이다.

자신의 체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쓴 '내려놓음'이 종교를 떠나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자,이번엔 '더 내려놓음'이란 책을 썼다.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서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는가? 힘들어도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것은 없는가?라고 되물으며,더는 깨뜨리지 못하고 여전히 두 손을 틀어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내려 놓는다'는 것은 '낮아지는 것'만큼이나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막상 이를 실행하려 하면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감정이 먼저 엄습한다.설사 '내려 놓겠다'고 작정을 해도 속마음에는 보상심리가 깔려 있다.

누구나 부와 권력을 가지면 묘한 기쁨을 느끼면서, 더 강해지고 더 부유해지려는 욕망이 커지기 때문이다.

내려놓음은 무소유(無所有)와도 상통하는 구석이 많다.무소유는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한편으론 무엇에 얽매이는 것이라는 얘기다.

곧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재물이나 인간관계의 그물이 그만큼 촘촘히 얽혀 있는 것이다.

"욕심을 부려 번뇌를 사지 말라"는 경구가 새삼스레 다가온다.오늘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어떻게 내려 놓을까""마음을 어떻게 비워볼까"하는 고민을 안고서,우선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인지 또 내 마음을 쓸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자.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