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브레인에게 듣는다] (中) 행정조직 개편.외교 통일정책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말하는 '작은 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또 실용 외교는 무엇이고,한.미.일 3각 동맹은 어떻게 강화될 수 있을까.한국경제신문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참모들을 초청해 차기 정부의 조감도를 그려보는 좌담회를 가졌다.

경제 정책(한경 24일자)에 이은 두 번째다.

서울 조선호텔에서 이동우 한국경제신문 부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서 유우익 서울대 지리학 교수(국제정책연구원 원장),이달곤 서울대 행정학 교수(한국 행정학회 회장),박진 한나라당 의원,남성욱 고려대 북한학 교수는 차기 정부의 대외정책과 국정운영의 비전을 들려줬다.김형배 한국경제신문 정치부장과 김정호 경제부장이 대담에 참여했다.




▶이동우 부국장=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지가 관심입니다.공직 사회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규제완화 등과 직결된 문제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달곤 교수=우선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당선자가 말하는 정부는 넓은 의미의 공공부문입니다.사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 신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중앙과 지방을 통틀어 많지 않습니다.

행정고시 사무관을 1년에 200명밖에 안 뽑습니다.

반면 공기업 공단 공사 협의회 같은 준공공부문은 굉장히 많아요.

국민들이 인건비를 부담하는 조직이죠.KBS 같은 공영방송이 그렇고 에너지 분야에 석탄공사 한전 가스공사가 있습니다.

은행 역시 대부분 국영입니다.

그런데 에너지의 경우 민영화하면 경제적인 효율성은 달성되지만 국민의 가격 부담이 단기적으로 커집니다.

또 금융은 덩치가 커서 재벌이 아니면 먹지 못하고,경제력 집중이 생깁니다.

당선자가 이런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단계적으로 민영화가 진행될 것 같아요.

민영화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겁니다. 철도공사를 예로 들면 토지시설과 운영권을 분리할 수 있을 걸로 봅니다.

▶유우익 교수=민영화와 관련해서 당선자는 어느 공사가 업무량이 얼마나 많은지,또 어떤 부동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공공부문의 인원은 오히려 늘어났으니 일을 더 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죠.특히 '농(農)'자 붙은데는 조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규제를 풀면 자리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교수=인력재배치를 위해 금감원은 일본처럼 공무원 자격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사람을 뽑을 때 엄격하고 감독 권한도 강화됩니다. 당선자가 석탄공사와 광업진흥공사를 예로 들며 "그런 것들도 있다며?"하고 묻습디다.

그러면서 민간 시장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어떻게 현실화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진흥'이나 '지원과'같은 게 많은데 이런 게 있다고 해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규제를 만드는 겁니다.

공무원 수를 줄이는 문제는 함부로 얘기할 사안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선자가 사람을 자르는 성향은 아닌 것 같아요.

▶이 부국장=효율적인 정부를 만들려면 규제완화를 전제로 부처별 업무를 새로 규정하고 부처간 조정도 필수적일텐데요.

▶이 교수=지난 10년간 정부 조직이 안고 있던 문제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민간 시장이 이미 성숙됐는데도 여전히 관련 전통 산업에 매달려 있다든지,부처간 업무가 중복되는 것이고요,또 하나는 총리실과 청와대의 동맥경화 현상입니다.

부처가 하도 많으니까 조정이 안 되어서 차관회의,장관회의,책임장관회의가 따로 있고요,부총리가 셋이나 있습니다.

청와대와 총리실의 중복 업무를 재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처를 자꾸 쪼개다보니까 전문 인력이 분산되고 정책에 주력부대가 없습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정부 구조를 기본으로 되돌리고 시장이 숨을 쉬게 해주는 취지에서 부처 통합이 검토될 겁니다.

▶이 부국장=노무현 정부의 경우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이 분열돼 시너지가 나지 않았습니다.

차기 정부가 작고 효율적인 중앙정부를 표방한 이상 당연히 지방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이는데요.

▶이 교수=당선자가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장은 바쁘시니까 국무회의 안 와도 된다"는 연락이 청와대에서 왔데요.

그후부터 국무회의에 안 갔다는 거예요.

당선자는 이래서는 국정이 제대로 안되겠구나하고 생각했고 확실한 복안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설기구를 염두에 두시는 것같아요.

광역단체장들이 국정 추진에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할 겁니다.

지방을 따로두고 효율적인 국정이 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국가가 쓰는 돈 중에 57%는 지자체로 갑니다.

중앙에서 쓰는 돈도 43%로 군대를 유지하고 교사 40만명과 공무원에게 월급 주고 나면 쓸 수 있는 돈이 별로 없습니다.

다른 나라엔 상원이 있어 주지사 등 지역대표의 의견을 중앙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죠.우리나라에는 헌법 구조에 그게 빠져있습니다.

당선자가 깊은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박진 의원=이명박에 보고할 땐 해외사례와 예산을 챙겨가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해외에선 어떻게 해?" "돈은 어떻게 할 거야?"하고 꼭 물어본다는 거죠.이번에 평창 대구 여수가 굵직한 이벤트를 유치하기위해 뛰었는데 지자체들이 상당히 허덕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자체에 파견하는 국제 자문 대사의 역할을 강화해 주고,중앙의 노하우를 전달해 줘야 합니다.

효율적인 정부를 얘기할 때 외교 분야 부처간 업무 조정이 시급한 일 중 하나입니다.

지금 외교부가 쓰는 돈이 정부 예산의 0.7%에 불과합니다.

자기 목소리를 못내고 청와대 국정원 통일부 사이에서 엉거주춤하는 처지죠.세계 10대 경제국이면서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답게 외교를 남북관계의 틀에서 해방시켜야 하고 국제 공조를 강화해 남북 관계를 도와주는 외교를 해야 합니다.

▶유 교수=당선자는 부처간 업무 조정이 안 되는 기구부터 손을 대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외교부를 말했는데,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손을 봐야 합니다.

▶남성욱 교수=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 간 합의가 150여개나 나왔고 김대중 전 정부는 햇볕 정책을 주요 아젠다로 세워 노벨상까지 받았는데 만약 통일부를 축소한다고 하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저항에 부딪칠 수 있어요.

▶유 교수=이 당선자는 오직 국민의 압도적 지지에 의지한 채 아주 나쁜 조건에서 청와대로 들어가는 겁니다.

풍비박산이 나서 다루기 힘든 야당들이 있고요, 정치참여 경험이 있는 야당 못지 않게 다루기 힘든 시민단체들이 있습니다.

북핵 문제는 절대 안심 못할 상황이고요,세계 경제는 하강국면입니다.

그런데 당선자의 당내 정치 기반은 확고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민의 높은 지지는 과잉 기대로 나타날 것이고 여러 가지로 첩첩산중이죠.

▶박 의원=어느 정부나 시작할 때는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나면 대통령이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우리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고 어려운 대통령은 도와줍니다.

그런데 내가 다할 수 있다는 아집과 독선을 부리면 돌아섭니다.이 정부에서 그랬죠.현정부의 실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겁니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