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사상 첫 수능 재채점 선의 피해 없어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과학탐구영역 물리Ⅱ 응시자 1만9597명에 대한 성적을 다시 채점하는 사상 초유(初有)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렇지않아도 수능등급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출제오류 사고까지 터짐에 따라 입시현장에서 일대 혼란이 초래되고 정부의 공신력도 땅에 떨어지게 된 것은 정말 한심한 일이다.무엇보다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초기에 적절히 대응했다면 쉽게 수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평가원은 지난달 중순 수험생들로부터 이의신청을 받은 뒤에도 이를 묵살해오는 바람에 화를 키운 것이다.

지난 22일 한국물리학회가 복수정답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는데도 고교교육과정에서 가르치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만 주장해왔던 평가원의 안일한 사태인식에 오히려 놀랄 지경이다.뒤늦게 평가원이 복수정답을 인정했지만 이로 인한 파장과 후유증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평가원의 결정으로 물리Ⅱ를 선택한 수험생들중 1016여명의 등급이 올라가는 데다 재채점에서 실제로 등급이 낮아지는 수험생들도 이미 받은 등급을 유지할 수 있게 됨으로써 물리Ⅱ 응시자 상당수의 성적이 상향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다른 과학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은 정시모집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앞으로 수험생들의 집단적 반발이 뻔한 일이고 보면 결코 간단히 수그러질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출제 오류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이번 기회에 마련해야 한다.예컨대 오류 시비가 일어날 경우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신속히 검증하는 것이 요구된다.아울러 수능등급제의 재검토(再檢討)도 불가피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대학 입시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가 일일이 간섭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대학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 아래 학생을 다양한 방법으로 뽑을 수 있도록 맡기는 것이 마땅하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이미 '3단계 대입자율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새 정부의 교육개혁은 이번 사고를 교훈삼아 자율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대입 제도와 운영방식 개편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