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7일자) 개인 금융부채 급증 방치할 일 아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3ㆍ4분기 자금순환동향(잠정)'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개인부문 금융부채 총액이 사상처음으로 700조원 선을 돌파했다고 한다.

가계의 채무 상환(償還)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고 보면 걱정부터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개인부문 금융부채가 이처럼 증가한 것은 주택 가격 상승과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가계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힘들어진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1인당 부채가 1477만원에 달하고 3~4인 가구의 평균 부채도 5000만원 안팎에 이르는 만큼 웬만한 가계는 채무 상환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한은 측은 "개인의 부채증가는 경제성장 및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 제고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인 만큼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또 "부채증가 속도보다 금융자산 증가속도가 더 빨라 자산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금융시장을 살펴보면 이 같은 일부 지표의 개선에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결코 아니다.

특히 시중 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줄달음하며 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게다가 주식형펀드 등 고수익 금융상품으로의 자금쏠림현상과 은행권의 돈가뭄 때문에 금리상승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지 않는가.

또 금융자산 증가라는 것도 변동성이 높은 주가 상승에 의존한 부분이 커 더욱 그러하다.

국내외 증권시장이 급락세를 보일 경우 금융자산 감소와 채무상환부담 증가가 동시에 가계를 짓누르게 되는 까닭이다.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영향으로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런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될 부분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만에 하나라도 가계발 신용경색이 현실화하는 일이 없도록 만전(萬全)을 기해 나가야 한다.

적절히 유동성을 관리하고 자금쏠림현상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가계부담 증가로 직결되는 금리상승을 억제하는데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내년엔 물가불안까지 가계를 압박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그런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