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친구

게하르트 슈미트 < 조선호텔 총지배인 gerhard.schmidt@chosunhotel.co.kr >

새해 달력을 며칠 남지 않은 2007년 달력 옆에 나란히 놓았다.매년 그러하듯 1년 동안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게 된다.큰 이슈는 무엇이었는지 적어보고,아쉬웠던 점은 무엇인지,보람있던 일은 어떤 것이었는지 되돌아본다.꽤 괜찮은 한 해였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다 친구들 덕분이다.성공적인 삶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즐겁게 사는 것이 '괜찮은 삶'이란 것에는 동감할 것이다.'즐거움'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고 노화를 늦추는 것은 물론 삶의 '에너지' 역할을 해준다.

'즐거운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뭘까.

나름대로 리스트를 뽑아봤다.먼저 긍정적인 마인드와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다.그러나 '즐거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친구'다.이들은 내가 가장 신뢰하고 또 나를 가장 믿어주며 올바른 길로 이끄는 존재다.즐거움과 슬픔을 함께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전에 한 친구에게 학업 문제로 골치를 썩이는 딸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아이의 학교 성적이 눈에 띄게 올라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학교에 친한 친구가 생겼는데,그냥 학교가 재미있어졌어요."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교사나 부모보다는 같이 숙제하고,함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성적 향상에도 더 큰 역할을 한 것이다.좋은 친구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힘을 가졌다.

반대로 나쁜 친구 탓에 인생을 망친 이야기도 많다.그래서 제대로 된 '친구'를 알아보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친구는 학교 동창,동료,이웃이란 이유 때문에 저절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할 때 좋은 친구가 된다.이들은 가장 강력한 지지자면서 필요할 때 비판도 서슴지 않으며,삶의 안식처를 준다.

좋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내가 먼저 움직여야 상대방이 나를 신뢰하고 다가오게 된다.또 친구에게 귀를 기울이고 이끌어주며 상대방의 약점도 존중해줘야 한다.서로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신뢰가 생겼을 때 친구 관계가 빛을 발하게 된다.

세계 각국에 있는 친구들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왔다.항상 나를 격려하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친구들이다.이들이 보내온 카드를 눈에 가장 잘 띄는 선반에 올려두었다.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간,내게 즐거운 인생을 선물해 준 그들에게 감사의 전화를 걸어야겠다.좋은 친구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