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 하는말 겉다르고 속다르고‥잠정구 쳐라→볼 못찾아 임마!

골프에서 동반자들은 한 라운드를 함께하는 '골프 친구'이기도 하지만,게임에서 상대해야 할 '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반자들의 말 한 마디는 '이중적'인 뜻을 함유하고 있는 수가 많다.겉 다르고 속 다른것.그 상황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내심 다른 골퍼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호에서 골퍼들이 '한 말'과 그것이 '실제 뜻하는 바'를 소개했다.

◆잠정구를 치는 게 좋겠다:말은 그렇게 해도 그 속내는 '세르파(고산지역에서 등산인의 짐을 날라주고 수고비를 받는 짐꾼)가 와도 당신의 티샷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는 뜻을 담고 있다.'잠정구' 얘기가 나오면 원구를 찾을 확률보다 찾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누가 먼저 쳐야지?:동반자와 엇비슷한 퍼트 거리를 남겼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내가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당연히 동반자가 먼저 쳐야 하는데 그 때 "네가 먼저 치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누가 먼저 쳐야지?"(Who's away?)라고 에둘러서 물어본다.

그 뜻은 '내가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네가 먼저 쳐라.그래야 네가 치는 것을 보고 퍼트라인의 브레이크를 알 수 있지 않겠냐'라는 의미란다.◆나이스 샷!:동반자의 샷에 대해 '나이스 샷!'이라고 외치지만 속뜻은 '잘 쳤어,자식아' 또는 '잘 쳤어 임마'(Nice shot,jerk.)라는 비아냥거림이 들어있다고 한다.

◆햇살 때문에 네 볼을 보지 못했다:샷을 하는데 햇살이 정면으로 비치는 일이 있다.

그런 때는 친 볼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수가 있는데 사실 그 말 속에는 '햇볕 때문에 볼을 찾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뜻이 더 강렬하게 담겨 있다고.

◆벨리 퍼터를 쓴 지가 얼마나 됐냐?:그립 끝을 복부에 대고 퍼트하게끔 돼있는 '벨리(belly) 퍼터'와 길다란 롱 퍼터를 써도 규칙상 하자가 없으나 골프계에선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동반자가 그렇게 묻는다고 곧이곧대로 "몇 개월 됐지"라고 말하는 것은 순진한 골퍼다.

'다른 스포츠에서도 속임수를 쓰느냐'는 뜻이란다.

◆그늘집에서 뭐 마실 거라도 갖다줄까?:'조니 워커 더블 한 잔 하는 것이 어때?'라는 뜻.우리같으면 청주(정종)나 맥주가 적합할 듯 하다.

'술 마시고 제발 좀 망가져라'는 뜻인가.

◆들어가지 말라!:플레이선상에 워터 해저드가 있다.

친 샷이 낮게 날아간다.

까딱 잘못하면 물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때 동반자가 '들어가지 말라!'(Get up!)고 외친다.그러나 그 말 뜻은 '물 속에 빠져라!'(Get in the water!)는 것이라고.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