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데이비드 엘든 DIFC 회장 "'열린한국'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줄때"


"한국이 외국인 투자를 진정으로 환영한다는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지 않는 한 한국이 외국에 개방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지난 2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에 선임된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회장(62)은 서슴없이 한국의 폐쇄성을 꼬집었다.'열린 한국'을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그리는 새로운 한국에서 엘든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8일 두 차례의 이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엘든의 충고를 들어봤다.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에 선임된 소감은.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영광스럽고 기쁘다.

한국의 발전을 위해 내가 갖고 있는 글로벌 경험을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이 당선자와의 인연은.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이 된 후 친분을 쌓았다.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총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당시 이 시장은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력 투구하는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지금도 그런 인상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는 이 당선자의 강점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양하게 수렴한다.

하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밀어붙이는 사람이다.

그는 강한 지도자다.

동시에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자리에 멈춰서 있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다.

이는 좋은 지도자의 덕목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잠재력에 대해 어떻게 보나.

"나를 포함한 외국인들에게 왜 한국과 같은 나라가 일류 국가의 단계에 오르지 못하는지가 수수께끼였다.

한국은 훌륭한 인재와 첨단 기술,삼성 LG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립돼 있다는 느낌도 있다.

부정적 사고를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꾼다면 한국은 엄청난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처방은.

"글로벌 경제는 '개방'과 '호혜주의'라는 기본 전제 아래서 작동하고 있다.

단숨에 뭔가를 변화시킬 처방은 없다.

하지만 변화에서 멀어져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변화를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경쟁력 있는 한국을 만들기 위해선 한국은 세계 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한국의 경제 개방은 '윈-윈' 게임이 될 게 틀림없다."

―한국 경제의 개방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해외의 시각은 한국 경제가 그다지 열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항상 해외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말은 말일 뿐이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에게 비우호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하게 하려면 그들의 투자가 진정으로 환영받을 것이란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외국인 투자를 늘릴 복안은 있는가.

"중동의 오일 달러는 매우 유동성이 크며 적합한 투자처를 찾고 있다.

중동은 유망 투자처로 동쪽(동북아)을 바라보고 있으며 특히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여러 조건만 맞는다면 한국을 투자처로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규제 완화는 그 자체만으로는 큰 이슈가 아니다.

규제를 없애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규제를 푼다고 외국인 투자가 갑자기 늘어나지도 않는다.

다른 선결과제가 많다.

노동시장의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영어로 손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 역시 중요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도 조성돼야 한다.

앞으로 들여다봐야 할 문제가 많다."

―한국 경제의 걸림돌로 노사 문제가 자주 언급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전 세계 노동조합은 노동자 착취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많은 경우 이런 노조의 활동은 정당하다.

회사 경영진도 무력으로 노조를 진압하는 것보다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외국인에게 전달되는 한국 노조의 모습은 종종 너무 폭력적이다.

요구사항도 비합리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인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정부와 재계가 함께 나서서 노조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샌드위치 위기론'이 나오는데.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라는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예전부터 중국 제조업의 풍부한 인력을 활용해왔다.

이제 중국이 국제적으로 뻗어 나가는 만큼 한국은 이들의 투자를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에 역사적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역사를 잊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선조들이 한 일에 대해 후대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로는 역사적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두바이 기적의 비결은.

"두바이의 성공 스토리는 두바이 지도자들의 비전과 리더십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러나 두바이는 한국과 많은 면에서 다르다.

두바이 방식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개방의 효과라는 측면에서는 두바이의 경험이 한국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언제쯤 한국에 들어올 것인가."정확하게 날짜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1월 초쯤이 될 것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