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ㆍ문화 속 쥐는…] 부지런히 세상 곳곳 누비는 '정보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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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戊子年) 쥐띠 해가 밝았다.
'자(子)·축(丑)·인(寅)·묘(卯)~'로 돌아가는 십이지(十二支)에서 쥐는 정북(正北)을 가리키는 방위신이자 오후 11시~새벽 1시,음력 11월을 의미한다.또한 열두 띠 동물의 으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12년마다 맞는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쥐는 사람에게 별로 유익한 동물이 아니다.
의학 실험용으로 기여하는 '공로'가 있지만 생김새는 얄밉고 징그러우며,행동은 경박하고 좀스럽다.진 곳,마른 곳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는 탓에 지저분하며 병을 옮긴다.
게다가 사람이 애써 마련한 양식을 훔쳐 먹고 날카로운 앞니로 물건을 쏠아 못쓰게 만든다.
하필이면 이런 쥐가 띠 동물의 으뜸이 됐을까.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려고 했다.
문제는 선발 기준.대왕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그러자 각종 짐승들은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 훈련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부지런한 소가 제일 열심이었다.
하지만 쥐는 힘이 약한 자기는 도저히 남들보다 먼저 도착할 수 없다고 생각해 꾀를 냈다.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소의 잔등에 붙어있다가 소가 천상의 문에 도착하는 순간 뛰어내려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쥐는 지금부터 약 3600만 년 전에 출현해 지금까지도 번성하고 있는 동물로 약 220속,1800종이 있다.
검은쥐·흰쥐·노란쥐·집쥐·야생쥐·물쥐·시궁창쥐·다람쥐·박쥐·땅쥐 등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쥐는 인간이 먹는 것은 무엇이든 잘 먹는 잡식성 동물로 전 세계적으로 약 8000억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쥐들의 곡물 소비량은 천문학적이며,번식률도 다른 동물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생후 70일이면 성적으로 성숙하고,임신 기간은 17~30일에 불과하다.
집쥐는 1회 6~9마리씩 1년에 6~7차례 낳는다.
번식력과 생명력의 상징으로 비유될 정도로 다산(多産) 동물이다.
쥐는 영리한 데다 몸집이 작아 행동이 재빠르다.
또한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저축성이 높고 잔꾀가 많다.
예컨대 달걀을 옮길 때 한 놈은 앞발로 끼고 다른 한 놈은 꼬리로 감아 협력하여 끌고 간다는 관찰기록도 있다.
쥐는 하루에 자기 체중의 4분의 1 이상 되는 먹이를 먹어야 하며 3일간 굶으면 죽기 때문에 양식을 찾아 부지런히 헤맨다.
한 번 알아둔 통로는 반 년 동안 기억하며 좌우를 구별할 줄 안다.
쥐약을 먹고 혼이 난 쥐는 3개월 동안 절대로 쥐약에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쥐들의 생활 방식은 인간의 사회 생활과 닮은 점이 많다.
무엇에나 가까워지려고 하는 친근감을 발휘하지만 몸집이 작아서 항상 위기감을 갖고 살기 때문에 눈치가 빠르다.
심장이 약해서 조그마한 일에도 잘 놀란다.
또 집단생활을 하는 만큼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
쥐들끼리 마주치면 상위자가 버티며 과시하고 하위자는 내빼듯 자리를 피한다.
이 같은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쥐는 예부터 인간의 삶과 가까웠고,다양한 문화적 표상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서는 구석기 유적지에서 쥐의 뼈가 발견됐고,신라 땐 십이지신상의 하나로 능묘,탑,불구(佛具),생활용품 등에 새겨졌다.
조선시대에는 쥐 두 마리가 수박을 훔쳐먹는 모습을 그린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쥐의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들이 많이 그려졌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는 하지만 예부터 쥐는 재물과 다산,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십이지의 자(子)는 번식할 자(滋)와 동음으로 통하면서 다산을 뜻하게 됐다.
또 아무리 딱딱한 물체라도 조그만 앞니로 뚫고,부지런히 먹이를 모아놓는 근면성과 인내력으로 쥐는 풍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食福)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 난다고 했고,'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부자로 산다'는 말도 생겼다.
정월의 첫째 자일(子日)을 상자일(上子日),일명 '쥐날'이라고 했는데,농부들은 이날 쥐를 없애기 위해 들에 나가서 논과 밭두렁에 쥐불을 놓았다.
마을 아이들은 미리 횃불을 만들어 두었다가 저녁 달이 떠오르면 논둑·밭둑·냇둑을 따라 불을 놓고 삼삼오오 쥐불놀이를 즐겼다.
그러다 큰 내의 둑이나 다리 앞에서 마을 아이들이 모두 모이면 이웃 마을과 쥐불싸움을 벌였다.
준비한 홰가 먼저 떨어지거나 불을 지른 넓이에 따라 승패가 갈렸고,마을로 돌아와선 음식을 나눠 먹으며 밤을 새워 놀았다.
쥐날 밤 자시(子時)에 방아를 찧으면 쥐가 없어진다고 해서 부녀자들은 밤중에 방아를 찧기도 했다.
또 쥐는 농사의 풍흉과 인간의 화복을 점치고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영물로 받아들여졌다.
영화에서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의 자연재앙을 예고할 때 흔히 나오는 '쥐떼 장면'은 쥐의 예지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선원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쥐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한다'거나 '쥐가 없는 배에는 타지 않는다'는 속신(俗信)도 쥐의 예지력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래서 전남 비금도 월포리와 우이도 진리 등 일부 해안 도서 지방에서는 쥐를 수호신으로 숭배하기도 한다.
집안 구석구석,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는 쥐의 영리함과 약삭빠름은 '정보통'의 캐릭터로 나타나기도 했다.
'황금구슬'이라는 옛날 이야기에는 황금구슬을 도둑맞은 노부부 집의 개와 고양이가 구슬을 훔쳐간 사람의 집에 가서 대왕쥐를 잡는 장면이 나온다.
집안 사정에 환한 대왕쥐를 다그치면 황금구슬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도 쥐의 정보통 캐릭터를 보여준다.
종교에 따라 쥐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유교에서는 간신이나 수탈자에 비유되는 부정한 동물이고,기독교에서도 사탄이나 탐욕자,악의 상징이다.
반면 힌두교에서는 쥐를 사려 깊은 동물,예지의 동물로 해석하는데,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공을 거둔다는 의미에서 코끼리 얼굴을 한 '지혜의 신' 가네샤의 수레를 끄는 동물이 바로 쥐다.
생긴 것은 볼품 없고 인간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쥐.그러나 자연계의 일원으로서 쥐를 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근면하고 강인한 생명체다.
무자년에는 쥐의 부지런함과 풍요로움,미래예측력을 배워 희망을 키워보자.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 도움말=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
'자(子)·축(丑)·인(寅)·묘(卯)~'로 돌아가는 십이지(十二支)에서 쥐는 정북(正北)을 가리키는 방위신이자 오후 11시~새벽 1시,음력 11월을 의미한다.또한 열두 띠 동물의 으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12년마다 맞는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쥐는 사람에게 별로 유익한 동물이 아니다.
의학 실험용으로 기여하는 '공로'가 있지만 생김새는 얄밉고 징그러우며,행동은 경박하고 좀스럽다.진 곳,마른 곳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는 탓에 지저분하며 병을 옮긴다.
게다가 사람이 애써 마련한 양식을 훔쳐 먹고 날카로운 앞니로 물건을 쏠아 못쓰게 만든다.
하필이면 이런 쥐가 띠 동물의 으뜸이 됐을까.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려고 했다.
문제는 선발 기준.대왕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그러자 각종 짐승들은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 훈련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부지런한 소가 제일 열심이었다.
하지만 쥐는 힘이 약한 자기는 도저히 남들보다 먼저 도착할 수 없다고 생각해 꾀를 냈다.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소의 잔등에 붙어있다가 소가 천상의 문에 도착하는 순간 뛰어내려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쥐는 지금부터 약 3600만 년 전에 출현해 지금까지도 번성하고 있는 동물로 약 220속,1800종이 있다.
검은쥐·흰쥐·노란쥐·집쥐·야생쥐·물쥐·시궁창쥐·다람쥐·박쥐·땅쥐 등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쥐는 인간이 먹는 것은 무엇이든 잘 먹는 잡식성 동물로 전 세계적으로 약 8000억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쥐들의 곡물 소비량은 천문학적이며,번식률도 다른 동물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생후 70일이면 성적으로 성숙하고,임신 기간은 17~30일에 불과하다.
집쥐는 1회 6~9마리씩 1년에 6~7차례 낳는다.
번식력과 생명력의 상징으로 비유될 정도로 다산(多産) 동물이다.
쥐는 영리한 데다 몸집이 작아 행동이 재빠르다.
또한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저축성이 높고 잔꾀가 많다.
예컨대 달걀을 옮길 때 한 놈은 앞발로 끼고 다른 한 놈은 꼬리로 감아 협력하여 끌고 간다는 관찰기록도 있다.
쥐는 하루에 자기 체중의 4분의 1 이상 되는 먹이를 먹어야 하며 3일간 굶으면 죽기 때문에 양식을 찾아 부지런히 헤맨다.
한 번 알아둔 통로는 반 년 동안 기억하며 좌우를 구별할 줄 안다.
쥐약을 먹고 혼이 난 쥐는 3개월 동안 절대로 쥐약에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쥐들의 생활 방식은 인간의 사회 생활과 닮은 점이 많다.
무엇에나 가까워지려고 하는 친근감을 발휘하지만 몸집이 작아서 항상 위기감을 갖고 살기 때문에 눈치가 빠르다.
심장이 약해서 조그마한 일에도 잘 놀란다.
또 집단생활을 하는 만큼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
쥐들끼리 마주치면 상위자가 버티며 과시하고 하위자는 내빼듯 자리를 피한다.
이 같은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쥐는 예부터 인간의 삶과 가까웠고,다양한 문화적 표상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서는 구석기 유적지에서 쥐의 뼈가 발견됐고,신라 땐 십이지신상의 하나로 능묘,탑,불구(佛具),생활용품 등에 새겨졌다.
조선시대에는 쥐 두 마리가 수박을 훔쳐먹는 모습을 그린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쥐의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들이 많이 그려졌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는 하지만 예부터 쥐는 재물과 다산,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십이지의 자(子)는 번식할 자(滋)와 동음으로 통하면서 다산을 뜻하게 됐다.
또 아무리 딱딱한 물체라도 조그만 앞니로 뚫고,부지런히 먹이를 모아놓는 근면성과 인내력으로 쥐는 풍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食福)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 난다고 했고,'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부자로 산다'는 말도 생겼다.
정월의 첫째 자일(子日)을 상자일(上子日),일명 '쥐날'이라고 했는데,농부들은 이날 쥐를 없애기 위해 들에 나가서 논과 밭두렁에 쥐불을 놓았다.
마을 아이들은 미리 횃불을 만들어 두었다가 저녁 달이 떠오르면 논둑·밭둑·냇둑을 따라 불을 놓고 삼삼오오 쥐불놀이를 즐겼다.
그러다 큰 내의 둑이나 다리 앞에서 마을 아이들이 모두 모이면 이웃 마을과 쥐불싸움을 벌였다.
준비한 홰가 먼저 떨어지거나 불을 지른 넓이에 따라 승패가 갈렸고,마을로 돌아와선 음식을 나눠 먹으며 밤을 새워 놀았다.
쥐날 밤 자시(子時)에 방아를 찧으면 쥐가 없어진다고 해서 부녀자들은 밤중에 방아를 찧기도 했다.
또 쥐는 농사의 풍흉과 인간의 화복을 점치고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영물로 받아들여졌다.
영화에서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의 자연재앙을 예고할 때 흔히 나오는 '쥐떼 장면'은 쥐의 예지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선원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쥐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한다'거나 '쥐가 없는 배에는 타지 않는다'는 속신(俗信)도 쥐의 예지력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래서 전남 비금도 월포리와 우이도 진리 등 일부 해안 도서 지방에서는 쥐를 수호신으로 숭배하기도 한다.
집안 구석구석,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는 쥐의 영리함과 약삭빠름은 '정보통'의 캐릭터로 나타나기도 했다.
'황금구슬'이라는 옛날 이야기에는 황금구슬을 도둑맞은 노부부 집의 개와 고양이가 구슬을 훔쳐간 사람의 집에 가서 대왕쥐를 잡는 장면이 나온다.
집안 사정에 환한 대왕쥐를 다그치면 황금구슬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도 쥐의 정보통 캐릭터를 보여준다.
종교에 따라 쥐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유교에서는 간신이나 수탈자에 비유되는 부정한 동물이고,기독교에서도 사탄이나 탐욕자,악의 상징이다.
반면 힌두교에서는 쥐를 사려 깊은 동물,예지의 동물로 해석하는데,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공을 거둔다는 의미에서 코끼리 얼굴을 한 '지혜의 신' 가네샤의 수레를 끄는 동물이 바로 쥐다.
생긴 것은 볼품 없고 인간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쥐.그러나 자연계의 일원으로서 쥐를 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근면하고 강인한 생명체다.
무자년에는 쥐의 부지런함과 풍요로움,미래예측력을 배워 희망을 키워보자.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 도움말=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