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사상 첫 장중 100弗 … 새정부 '747 경제공약' 발목 잡히나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으로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차기 정부의 경제운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연 7%의 경제 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10년 내 4만달러의 소득을 달성해 세계 7대 강국으로 올라선다는 차기 정부의 '대한민국 747' 공약을 달성하기가 매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그러나 국제유가가 100달러가 되더라도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이며 올해 경제운용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석유.원자재값 올라 부담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가 상승은 이미 물가에 반영돼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까지 올랐다.수입물가는 벌써 작년 10월 15.9% 오른 데 이어 11월 21.3%나 상승해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유도입단가가 작년 8월 70.5달러에서 지난달 86달러로 높아졌고,원유도입금액도 같은 기간 48억9000만달러에서 65억6000만달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은 이날 런던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861.10달러까지 올라 종전 최고가인 1980년 1월의 850달러를 넘어서며 2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백금과 구리 등 다른 광물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옥수수 3월 인도분 가격은 시카고거래소에서 96년 6월 이후 최고치인 부셸당 4.695달러까지 올랐고,쌀 1월물 가격도 100파운드당 13달러96센트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가와 원자재값이 상승하면 기업의 원가 부담이 확대되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물가가 오르게 된다.

유가 등 대외여건이 불안해져 소비와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새 정부가 아무리 투자 활성화에 노력한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정부 "아직 위기상황 아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이 경제에 부담이 되지만 경제운용의 기본 계획을 바꿀 만큼 위기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95달러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는 것 같다"며 "100달러는 산술적 수치이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가 당면 현안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경부는 1,2차 오일쇼크 후 물가상승률과 석유의존도 하락 등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실 정부로서는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수요측면이 아닌 공급측면의 압박이라 한은이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잡기도 힘들다.

또 재경부는 공공요금을 제외하고는 물가를 통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는 인수위와 협의해 결정한다는 입장이어서 곧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