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안과 9.11

충남 태안과 9·11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그것은 선량한 시민들에게 날벼락이었다.2002년 9월 뉴욕 맨해튼 쌍둥이 무역센터 빌딩이 테러범들의 공격으로 형체도 없이 무너져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일이나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가 검은 기름범벅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일이 유사하다.두 번째는 사고의 복구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다.100층이 넘는 빌딩이 형체도 없이 무너져내려 산더미같이 쌓인 잔해들을 컨베이어벨트에 올려 신체 조각과 건물 잔해를 일일이 구분해 골라내는 일을 당시 미국사람들은 '아주 고통스러운 (painstaking) 일'로 표현했는데,태안 앞바다의 수많은 바위와 자갈에 엉켜있는 기름찌꺼기를 일일이 닦아내는 일도 끝이 보이지 않아 무척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다.

세 번째는 끝없는 자원봉사의 물결이다.9·11 때도 너무 많은 자원봉사자가 몰려 많은 인원을 돌려 보내는일이 오히려 힘들다고 하였는데 지금 태안에도 남녀 노소 가리지 않고 봉사의 손길이 쇄도하고 있다.그 어느때보다도 친구의 손길이 필요한 태안주민들로서는 그나마 큰 위안이 될것이다.뉴욕시에서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어떠한 테러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그 자리에 더 강력한 공격에도 견딜수 있는 기념 조형물을 건립하고 있다.현지에서 만난 태안군 관계자는 이유야 어쨌든 태안이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고 했다.태안도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 청정태안의 명성을 되찾고 기름유출사고 수습의 세계적 학습장으로서 국제적 관광지로 거듭나기 바란다.

연말연시 기업과 단체,개인들의 사회봉사활동과 이웃돕기가 열기를 띠었다.또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 온 분들도 많다.대한민국 구석구석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가보지 않은 볼거리가 많다.태안 신두리해변만 해도 서해안에 그렇게 넓고 완만한 백사장이 있는 줄은 몰랐다.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체험여행으로 태안은 어떨까.

충청도의 인심을 맛보고 서해바다의 낙조를 감상하면 더 뜻 깊은 추억이 되지는 않을까.

여행이 여의치 않다면 약간의 성금을 보내는 것도 2008년 새해를 가슴 뿌듯하게 시작하는 방법일 것이다.

강광호 <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