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기업 회장 "대한통운은 우리가…"

항공.물류업계의 '맞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진그룹의 올해 '공통 화두'는 단연 대한통운 M&A(인수합병)이다.

국내 최대 육상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을 손에 넣으면 두 그룹이 각각 비전으로 내세운 '글로벌 물류 강자'에 성큼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한진이 인수할 경우 금호아시아나에 내줬던 재계 서열 7위 자리도 되찾을 수 있다.

반대로 금호아시아나가 인수하면 한진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두 그룹 입장에선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거나,적어도 라이벌의 품 안에 들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하는' 상황인 셈.그룹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인 만큼 총수들도 직접 나섰다.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조양호 한진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한통운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인수 자신 … 결과 지켜보라"
박삼구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중에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선 "누가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재무적 투자자 확보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에 꼭 필요한 기업"이라며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다.박 회장은 그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의 육상물류를 보완하는 등 시너지가 예상되는 점 △이미 중국 등지에 진출한 금호타이어 등이 대한통운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 △대한통운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마무리짓는 데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이 도울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현재 5% 수준인 영업이익률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 회장 "공격적인 가격 제시할 것"


조양호 한진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룹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기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재계 서열을 높이기 위해 인수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차례에 걸쳐 대한통운 인수 의사를 밝힌 박 회장과 달리 조 회장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한항공,한진해운,㈜한진 등 한진그룹의 물류 네트워크가 대한통운과 결합하면 원가 절감은 물론 국내 물류업계의 낮은 이익률 문제도 개선될 것이란 게 조 회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적정 인수가격을 묻는 질문에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관련 부서에서 적정 인수가격에 대해 정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와 관련,이종희 대한항공 총괄 사장은 "대한통운의 사업 영역이 ㈜한진과 일부 겹치지만 함께해 나가면 오히려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과열 경쟁 탓에 대한통운 인수 가격이 너무 오른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오상헌/김미희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