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사상체질, 이젠 목소리로 감별한다

사상체질 의학은 동무 이제마 선생이 1894년 저술한 '동의수세보원'에서 출발했다.

체형 성격 병증 등 3대 요소를 중심으로 사람의 체질을 태양 태음 소양 소음 등 네 가지로 나눈 것으로 민족 고유의 독창적 의학으로 인정받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명확한 감별법이 확립돼 있지 않고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재해석이 필요하다.

◆판별의 부정확성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장 기본적 판별법이 설문조사다.

이 방법은 환자가 불편해하는 점을 면밀히 체크할 수 있으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환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게다가 어린이와 노인은 작성하기 어렵다.

'O-링 테스트'는 환자의 기가 특정 음식과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쥐면 반대 손아귀 힘이 강해지는 반면 맞지 않는 음식을 쥐면 힘이 형편없이 빠지는 현상을 응용한 검사다.이에 대해 한의학계가 많은 이중맹검시험을 해 봤으나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와 한의사의 주관적 의지가 모두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맥은 환자가 표현하거나 파악하지 못한 몸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중요한 진단 수단이다.체질별은 물론 개인별로 맥파의 차이가 크다.

앓고 있는 질병과 현재 복용하는 약물에 의해서도 다른 맥파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소음인이더라도 감기나 심한 열성질환에 걸리면 맥이 빠르고 촌맥(寸脈)이 강하게 뛴다.

음식과 생활환경에 따라서도 맥파의 반응이 예민하게 달라진다.

따라서 한 번 진맥으로는 바로 체질을 알기 어려우므로 여러 번 맥을 살피면 체질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밖에 침 사주팔자 관상 지문 등으로 체질을 판별하나 정확성이 떨어지거나 판정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단점이 있긴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에 도입된 음성판별은 김달래 경희대 한의대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음색,음의 고저 청탁 떨림 거칠기,성대 여닫음 속도 등을 참고해 체질을 판단한다.

음악 및 한의학 고서에 기술된 내용을 사상체질음성분석기를 이용,객관화 현대화된 방식으로 체질을 감별하는 것으로 어린이나 노인에게도 편하게 적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음성분석자의 숙련도에 따라 달리 감별할 소지가 있다.


◆사상체질,현대사회서도 유용한가=복잡한 현대사회에 접어들어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육체노동이 감소한 대신 머리를 많이 쓰면서 체질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살고 야간활동시간이 늘어나고 천연음식보다 가공식품 섭취가 증가한 것도 요인이 된다.

이에따라 이제마 선생이 사상체질을 창안한 당시 한국인은 태음인이 50%로 가장 많고,소양인 30%,소음인 20%,태양인 0.1% 미만이었으나 경희대 이의주 교수 등이 2004년 423명을 대상으로 체질감별한 바에 따르면 태음인(35.4%) 소양인(30.5%) 소음인(30.3%) 태양인(3.8%) 등의 순이었다.

태음인이 크게 줄고 소음인과 태양인이 늘어났다.

현대사회는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태양인 소양인의 스타일을 선호해 소음인과 일부 태음인은 상대적으로 적응하기 힘들어지게 됐다.

따라서 내성적인 소음인인데 외향적인 직무를 부여받았다면 업무시간 외에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외향적인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자기개발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소음인은 직장 상사가 강하게 트레이닝시킬 경우 신경이 예민해져서 직장을 중도하차하기 쉬우므로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태양인도 카리스마가 필요하고 영웅심이 필요한 직무를 부여받았다면 타고난 기질을 살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태양인 특유의 독단으로 주변과 융화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알고 자신을 다스리는 데 신경써야 한다.어떤 체질이든 심신의 질병은 대부분 현재의 갈등상황으로부터 빚어지고 주어진 환경은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므로 이를 인정하고 중용의 도를 따라 적응해 나가는 게 현명하다.

/김선형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체질개선 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