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교란주범은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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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금리 급등세가 멈추지 않고 채권 거래가 실종되는 등 자금시장이 지난 연말보다 더 혼란한 양상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자금시장 난기류의 가장 큰 요인으로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들의 무차별적인 은행채 및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꼽고 있다.은행채 금리 자체도 연 7%대에 진입했으며 국고채와의 스프레드(금리차)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자금시장에서 은행채와 CD가 범람하다 보니 회사채가 사라지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상이 1분기 내에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은행들이 과당경쟁을 자제하지 않는 한 올해 내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은행 조달금리 7%대 진입
국민은행은 지난 8일 3년 만기 은행채를 연 6.99%에 발행해 1300억원을 조달했다.
신한은행도 3년 만기 은행채 1600억원어치를 같은 금리 조건으로 발행했다.국민은행은 이날 5년 만기 은행채 3100억원어치를 연 7.07%에 발행,조달금리가 연 7%대에 올라섰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12월 초 4년 만기 은행채를 연 6.75%에 내놨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새 은행채 금리가 0.3%포인트가량 뛰어오른 것이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예금 이탈 현상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데다 올 상반기 중 은행채 만기 도래가 집중돼 은행들이 차환을 위한 물량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여기에다 3월부터 새로운 지급준비금제도가 시행되고 은행채 신고발행제도 실시될 예정이어서 은행권이 자금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금리 급등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은행 중에서도 유독 국민은행이 은행채를 많이 발행하고 있다"며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이 턱밑까지 쫓아오자 뒤늦게 외형 확대 경쟁에 뛰어들어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이나 수협은행 등은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7%대로 높이는 등 금리 인상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 역마진 우려 증폭
A은행 자금담당 팀장은 "조달금리가 연 6%대 후반이라면 일부 역마진이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예를 들어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의 최저 금리가 연 6%대 중반이며,초우량 기업 대출금리가 연 6%대 초중반이란 점을 감안하면 역마진이 생긴다는 얘기다.
물론 평균 조달금리와 평균 대출금리를 비교했을 때는 평균 대출금리가 훨씬 높아 이익은 나지만 전체적으로 이익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자금시장 불안과 은행 수익성 저하는 올 1분기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올 한 해 은행채 만기 도래를 보면 상반기,그중에서도 1분기에 집중돼 있어서다.
하지만 1분기 이후에도 은행들의 무차별 자금 확보가 이어진다면 금융시장 불안은 나아지기 힘들다.
은행 관계자들은 역시 국민은행이 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은 최근 2∼3년간 자산 확대에 성공했지만 국민은행은 정체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뒤 공격적 경영 방침을 밝힌 만큼 경쟁을 자제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내부에선 앞으로 3년간 현재 227조원인 자산 규모를 28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채권 전문가들은 자금시장 난기류의 가장 큰 요인으로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들의 무차별적인 은행채 및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꼽고 있다.은행채 금리 자체도 연 7%대에 진입했으며 국고채와의 스프레드(금리차)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자금시장에서 은행채와 CD가 범람하다 보니 회사채가 사라지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상이 1분기 내에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은행들이 과당경쟁을 자제하지 않는 한 올해 내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은행 조달금리 7%대 진입
국민은행은 지난 8일 3년 만기 은행채를 연 6.99%에 발행해 1300억원을 조달했다.
신한은행도 3년 만기 은행채 1600억원어치를 같은 금리 조건으로 발행했다.국민은행은 이날 5년 만기 은행채 3100억원어치를 연 7.07%에 발행,조달금리가 연 7%대에 올라섰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12월 초 4년 만기 은행채를 연 6.75%에 내놨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새 은행채 금리가 0.3%포인트가량 뛰어오른 것이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예금 이탈 현상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데다 올 상반기 중 은행채 만기 도래가 집중돼 은행들이 차환을 위한 물량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여기에다 3월부터 새로운 지급준비금제도가 시행되고 은행채 신고발행제도 실시될 예정이어서 은행권이 자금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금리 급등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은행 중에서도 유독 국민은행이 은행채를 많이 발행하고 있다"며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이 턱밑까지 쫓아오자 뒤늦게 외형 확대 경쟁에 뛰어들어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이나 수협은행 등은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7%대로 높이는 등 금리 인상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 역마진 우려 증폭
A은행 자금담당 팀장은 "조달금리가 연 6%대 후반이라면 일부 역마진이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예를 들어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의 최저 금리가 연 6%대 중반이며,초우량 기업 대출금리가 연 6%대 초중반이란 점을 감안하면 역마진이 생긴다는 얘기다.
물론 평균 조달금리와 평균 대출금리를 비교했을 때는 평균 대출금리가 훨씬 높아 이익은 나지만 전체적으로 이익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자금시장 불안과 은행 수익성 저하는 올 1분기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올 한 해 은행채 만기 도래를 보면 상반기,그중에서도 1분기에 집중돼 있어서다.
하지만 1분기 이후에도 은행들의 무차별 자금 확보가 이어진다면 금융시장 불안은 나아지기 힘들다.
은행 관계자들은 역시 국민은행이 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은 최근 2∼3년간 자산 확대에 성공했지만 국민은행은 정체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뒤 공격적 경영 방침을 밝힌 만큼 경쟁을 자제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내부에선 앞으로 3년간 현재 227조원인 자산 규모를 28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