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패션'은 아침 6시에 시작된다

매일 아침 6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머물고 있는 서울 삼청동 안가에 세 명의 여인이 들어선다.이미지 컨설턴트인 강진주씨(42),메이크업 담당 김민선씨(39),헤어 아티스트 남영신씨(36)다.이 당선인의 그날 일정에 맞춰 패션 코디를 도와주기 위해서다.

날렵한 양복 정장에 화사한 색채의 넥타이,세련된 분위기의 점퍼 등 'MB 패션'은 이들 세 명의 손에서 탄생한다.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 진한 회색이나 네이비 블루(짙은 남색) 계열의 양복 정장을 즐겨 입는 이 당선인의 패션 차별화 포인트는 넥타이다.참석하는 행사의 컨셉트에 맞춰 오렌지,연두,주황 등 넥타이의 컬러 코디를 결정한다.국방부를 방문하고 대한상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11일 오렌지색 넥타이를 맸지만 전날인 10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접견했을 때는 연두색을 착용했다.지난 9일 금융인 초청 간담회에서는 코발트 블루 넥타이를 선보였다.친근한 느낌을 전달할 때는 오렌지와 주황색 계열,화합의 이미지를 주고자 할 때는 블루 계열의 넥타이를 선택한다는 게 강진주씨의 설명이다.

이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파란색 계열의 넥타이에 목도리로 코디를 맞추는 '블루 패션'을 고집했었다.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연출해 국민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당선 기자 회견 때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강한 인상을 부각시키면서 '이미지 변신'을 시작했다.넥타이 패션의 원칙 하나는 사선 스트라이프 등 날카롭게 비쳐질 수 있는 무늬의 넥타이는 피한다는 것.갸름한 얼굴선,가는 눈매,뾰족한 코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은 국산 기성복 브랜드 양복을 주로 입는다.훤칠한 키에 긴 팔,마른 체형이라 어떤 기성복을 입어도 잘 소화시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나이가 들어 보이는 헐렁한 실루엣보다는 슬림하게 라인을 살린 정장을 선호한다고.추운 날씨에 간간이 입고 등장하는 점퍼는 이 당선인의 세련된 스타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부인 김윤옥 여사가 손수 구입해 챙겨 주는 대로 입는다.강씨가 의상을 제안하면 김 여사가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40~50대 아저씨들이 많이 입는 아랫단이 조여지는 짧은 스타일의 점퍼 대신 제일모직 빈폴이나 LG패션의 헤지스처럼 젊은 감각의 엉덩이 길이 박스형 점퍼도 김 여사의 선택이었다고.

강씨는 "이 당선인은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검정 갈색 등 검소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며 "제일모직 금강제화 등 국내산 브랜드가 대부분이고,김 여사가 직접 동대문에서 발품을 팔아 구입한 스웨터 점퍼 등을 입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약간의 메이크업도 이 당선인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한몫 하고 있다.김민선 메이크업 담당자는 "방송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기초 손질만 하는 편"이라며 "주로 얼굴 윤곽선과 눈썹 처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작고 날카로운 눈매를 부드럽게 보완할 수 있도록 눈썹을 자연스럽고 둥그스름하게 정리해 주고 넓은 이마에는 약간의 음영을 주는 게 전부.이 당선인이 특히 신경 쓰는 곳은 머리 부분이다.머리 숱이 많지 않은 그의 헤어 스타일에 볼륨을 줄 수 있도록 남영신씨가 매일 15분 이상 공을 들이고 있다.이 당선인의 패션을 책임 지는 이들 3인방은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강씨는 퍼스널이미지 연구소를 7년째 운영하며 국회의원들과 삼성그룹 SK텔레콤 금호아시아나 임원들의 이미지 컨설팅을 맡다가 이 당선인 측근의 추천으로 경선 이후 합류했다.메이크업을 맡고 있는 김씨는 방송 분장과 이미지 메이킹에 관한 논문을 처음 발표한 방송 메이크업 전문가로 숙명여대와 수원과학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남씨는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경선 시절부터 헤어,코디 등을 담당하며 6년째 함께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멤버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