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회장 법정 출석 … 외환은행 매각 빨라지나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11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함으로써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금융계 일각에선 HSBC의 아시아ㆍ태평양 회장을 지낸 데이비드 엘든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데 이은 그레이켄 회장의 출석으로 외환은행 매각 절차가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법원도 론스타 관련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서두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이 어떻게 결론을 내든,항소가 뒤따를 것으로 보여 HSBC가 원하는 대로 외환은행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정치 환경,론스타에 우호적

지난해 12월19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계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다.엘든 HSBC 전 아ㆍ태지역 회장이 인수위 요직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엘든 위원장은 HSBC에서 37년을 근무했으며 2년 전 아ㆍ태 회장을 지냈다.1999년과 2003년엔 HSBC가 서울은행과 한미은행 인수를 추진할 때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엘든 회장이 인수위에 참여한 직후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합당한 이익과 함께 이익금의 본국 송환이 보장돼야 한다"는 발언은 론스타 문제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물론 엘든 회장은 자신의 블로그(www.eldon-online.com)에서 이 같은 세간의 추측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역점 추진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로 한 점도 론스타로선 호재다.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구속 우려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방한해 증인으로 출석한 것도 한국 상황을 이처럼 파악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매각의 키를 쥐고 있는 법원과 금감위는 정치 등 외부 여건과 관계없이 판결과 승인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생각이다.

◆매각 분위기는 좋아졌지만…법원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외환은행 관련 두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린다는 계획이다.하지만 1심 판결이 이른 시일 내 나온다고 해도 HSBC가 외환은행을 바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우선 판결 결과에 따라 항소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패소하면 검찰이,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나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이 패소하면 피고가 항소하는 경우다.이때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론스타와 HSBC는 4월30일 이전에 금감위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어느 쪽이라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물론 계약이 유지될 수도 있지만 계약의 이행에는 2~3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만약 4월30일 이전에 검찰이 두 사건 모두에서 패소하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은 HSBC 품에 안길 가능성이 높다.HSBC는 세계적 금융사로서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결격사유가 없을 것이란 분석에서다.하지만 검찰로선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항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4월30일 이전에 피고가 모두 패소하고 피고가 항소를 포기할 경우에도 외환은행은 HSBC 품에 안길 가능성이 있다.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결격사유가 있기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이 10% 이상 초과지분에 대한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어서다.이 경우 론스타는 이미 51% 지분을 HSBC에 넘기기로 계약을 맺은 만큼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계약이 이행되는 의미가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외자유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허용을 적극 검토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