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 통신시장 재편 기폭제 될까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가 통신시장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인가.

세계 정보기술(IT)업계가 구글이 지난해 말 발표한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Android)'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안드로이드가 실제 확산될 경우 인터넷업계는 물론 소프트웨어,통신업계까지 몰고 올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쉽게 말해 휴대폰 사용자들이 활용할 만한 소프트웨어를 누구든 자유롭게 개발해 휴대폰 단말기에 얹을 수 있도록 한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이다.

검색시장을 장악해 세계 인터넷업계를 제패한 구글이 구글폰을 '이통사업자' 위주의 폐쇄적인 환경에서 '사용자'위주의 개방 환경으로 바꾸기 위한 포석이다.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기 위해 34개 글로벌기업과 개방형휴대폰동맹(Open Handset Alliance:OHA)을 결성했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구글폰은 이르면 올해 중순쯤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내놓을 구글폰의 실체는 특정 단말기를 가진 하드웨어(HW)가 아닌 소프트웨어(SW)인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안드로이드란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환경에서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해 자유롭게 탑재할 수 있도록 한 휴대폰용 개방형 플랫폼이다.

원래는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와 미들웨어,사용자 인터페이스(UI),브라우저,애플리케이션(각종 프로그램)에 이르는 전반적인 SW 환경을 포괄한다.개발자들은 오픈소스로 공개된 무료 플랫폼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구글의 검색, LBS(위치기반서비스),게임,동영상,광고 등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다.이용자들은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휴대폰을 통해 구글서치,구글맵,G메일은 물론 실시간 슈팅게임 등 개발자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등장 배경은

지금까지 모바일 플랫폼은 이동통신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이통사 주도로 만들어졌다.유럽의 경우 자바기반의 플랫폼을,한국은 위피(WIPI)를 쓰고 있다.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제공업자가 모바일 네트워크를 보유한 이통사의 승인과 통제를 받아야 하는 폐쇄적인 환경이다.

구글은 이 같은 폐쇄적인 구조를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각종 소스가 개방된 유선 인터넷 환경에서 구글맵 구글어스 등 기술을 무료로 제공, 콘텐츠와 플랫폼을 확장한 뒤 광고수입을 얻는 전략으로 성공했다"면서 "구글폰이 성공하려면 유선 인터넷과 같은 개방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바일 플랫폼 혁명 가져오나

안드로이드가 확산될 경우 이동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환경이 크게 바뀐다.사용자를 중심으로 통신사업자와 단말기제조사,프로그램ㆍ콘텐츠제공업자가 모두 수평적 동반자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이통사는 단말기 유통시장이나 애플리케이션 및 콘텐츠 기업들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게 된다.

안드로이드의 등장은 또 광고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사용자들이 휴대폰을 통해 광고를 의무적으로 보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사용자들은 대신 단말기나 통화료,원하는 콘텐츠를 무료 또는 매우 적은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이렇게 되면 가입자 통화료,부가서비스 이용료 등 가입자 기반이었던 이통사의 수익모델도 위협받게 된다.

그러나 콘텐츠제공업자가 이통사 네트워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통사는 망 이용대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특히 시장점유율에서 뒤지고 있는 2~3위권 이통사들은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에 참가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전망

미국시장에선 안드로이드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스프린트넥스텔과 T모바일이 구글의 개방형휴대폰동맹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구글은 이달 중 실시되는 700메가헤르츠(MHz) 대역에 대한 주파수 경매에 46억달러 이상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주파수를 따낸 뒤 구글이 직접 망을 설치할지,다른 망사업자와의 연대를 통해 주파수를 활용할지는 미정이다.

국내시장은 안드로이드가 들어오기 만만치 않다.국내시장 특성상 이통사의 승인없이 단말기 제조사가 단독으로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휴대폰을 유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이통사는 단말기 제조업자로부터 단말기를 제공받아 자신들의 서비스와 결합한 후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단말기에 대한 규제환경도 안드로이드 확산의 걸림돌이다.한국은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모든 단말기에 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 탑재를 의무화해 놓고 있다.망 접근성 문제도 불투명하다.국내 이통 3사는 아직 안드로이드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위피 관련 정책에 변화가 생겨야 안드로이드를 도입할 수 있다.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는 "위피정책이 바뀌고 후발사업자를 중심으로 안드로이드가 확산된다면 통신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