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姓까지 버린 마쓰시타

새해 들어 일본 재계에선 마쓰시타(松下)전기가 화제다.오쓰보 후미오 사장은 지난주 1918년 창업 이후 사용해온 '마쓰시타'를 버리고 브랜드명으로 써온 'Panasonic'을 회사명으로 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그동안 회사명으론 마쓰시타를 쓰고,브랜드명으로는 'National','Panasonic' 등을 섞어써 경쟁사들에 비해 브랜드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에서다.

마쓰시타전기는 직원 수와 매출에서 일본 최대 전자업체다.일본에선 소니보다 더 사랑을 받는다.'경영의 신'으로 불리며 존경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설립했다.고노스케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망가진 일본이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회생하는 과정에서 '일등공신'이 됐다.일본 언론들은 사명변경 뉴스를 연일 대대적으로 다루고 있다.가장 보수적인 마쓰시타가 90년간 써온 '창업주' 이름를 버리고 회사명을 영어로 바꿨기 때문.오쓰보 사장은 "존경하는 창업자 이름을 회사명에서 없애게 돼 '단장(斷腸ㆍ창자가 끊어지는)'의 아픔이 있다"며 "경쟁사에 뒤지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마쓰시타는 브랜드 평가에서 78위로 삼성(21위)이나 소니(25위)에 뒤진다.

오쓰보 사장은 사명변경을 계기로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현재 49%인 해외 매출 비중을 소니(74%),삼성(82%)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브랜드를 강화해 해외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아사히신문은 "브랜드력에서 삼성에 뒤진 마쓰시타가 '향수(鄕愁)'를 버리고 '세계화'를 택했다"고 지적했다.

마쓰시타의 '혁명'은 글로벌화에 매진,세계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일본 대기업들의 변신을 보여준다.소니는 이미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부활하고 있다.기술력에서 앞서면서도 외국 경쟁사에 뒤졌던 일본회사들이 뼈 아픈 반성을 하고 공세에 나섰음을 의미한다.일본기업들이 주춤거린 지난 10여년 동안 급성장한 한국기업들도 다시 한번 신발끈을 졸라매야 할 때다.

최인한 국제부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