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모터쇼] 中자동차 "미국 상륙작전 감행"

창펑車,SUV 내년 판매… 질리車도 2~3년내 진출

14일(현지시간) 오전 11시 '2008 북미 국제오토쇼'가 열리고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코보센터에 갑자기 중국 현악기 연주가 울려퍼졌다.끊어질 듯 이어지는 중국 특유의 음악이 시작되자 수백명의 기자들은 일제히 음악이 나오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기자들이 몰려오자 창펑자동차의 리장싱 회장은 중국 전통 음악을 배경음으로 삼아 "내년에 미국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깜짝 선언,전 세계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미국진출 꿈 이루겠다"

리장싱 창펑차 회장은 "미국시장에 뛰어들지 않을거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고 일성을 터뜨렸다.창펑차는 중국 내 최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업체다.그는 "중국의 인기 차량인 리바오를 미국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한국의 현대와 일본의 도요타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펑차에 이어 중국 최초의 민간 자동차업체인 질리차도 미국시장 진출계획을 발표했다.리슈푸 질리차 회장은 "중국 회사들이 얼마나 뼈를 깎는 혁신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평가받기 위해 2~3년 내 미국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수년 내 신차 15개 모델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며 "멕시코에 공장을 지은 후 이 곳에서 생산된 차량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중국의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인 BYD는 친환경차로 미국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왕청후 BYD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차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만큼 미국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며 "진출 시기는 3~5년 내"라고 확인했다.왕 회장은 이날 10분 만에 50%의 연료(전기)를 재충전할 수 있는 첨단 하이브리드카를 직접 시연했다.

◆"시간 걸려도 통할 것"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미국시장 문을 노크하는 이유는 내수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또 중국 내에선 상하이GM,상하이폭스바겐,베이징현대,광저우혼다,광저우도요타 등 외국회사와의 합작법인이 시장을 선점,순수 중국업체는 설 자리가 좁은 실정이다.미국 현지에서는 중국차의 미국시장 진출에 대해 "시간이 걸려도 결국 성공할 것"이라는 반응이다.자동차전문지 카스닷컴의 마이크 핸리 편집인은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면 해볼 만한 승부"라고 말했다.비즈니스저널의 메럴라인 큐빅 기자는 "도요타가 미국시장에 도전했을 때 사람들이 코웃음을 쳤지만 결국 시장을 장악하지 않았느냐"며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자동차전문지 텔레비자의 디에고 스퍼라티 국장은 "우선 저가 전략으로 접근한 뒤 점차 품질을 높여나가는 단계를 밟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차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자동차전문지인 차이나 오토모티브뉴스의 주콩위안 주필은 "선진국 시장에 진입할 때 배출가스 등 환경 규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중국차들의 미국시장 진출이 다소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는 중국에서 창펑차 등 총 5개 업체가 참여했다.2006년과 작년에는 1개 업체만이 명함을 내밀었었다.

디트로이트(미국)=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