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폴리스라인

경찰저지선인 노란색의 폴리스라인(police line)은 시위대의 마지노선으로 불린다."나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는 것을 상징하는 방어선이기 때문이다.폴리스라인은 공권력의 또 다른 이름이어서 이것을 침범하면 폭도로 규정돼 가차없는 징벌이 따른다.

선진국일수록 폴리스라인에 대한 준수를 엄격하게 따진다.집회를 통한 표현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하지만,실정법을 어긴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심지어는 판사가 현장에서 영장을 발부해서 불법시위자를 체포하기도 한다.지금은 금전적인 배상까지 물리는 추세다.온갖 시위가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폴리스라인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앞으로는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전원 연행하겠다고 경찰이 발표하자,벌써부터 과잉 진압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노동단체들은 집회ㆍ시위를 하지 말라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 시위는 아직도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농민과 노동자 등 생계가 걸린 문제일수록 시위가 격해지는데,분노와 절규가 치솟는 까닭이어서다. 그래서 폴리스라인은 공공질서 유지의 표지라기보다는 돌파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시위는 민주주의 핵심가치인 일종의 표현의 자유여서 평화적인 집단행위는 보장하고 있다.그러나 아직은 미흡한 것 같다.해외투자들의 시선이 여전히 싸늘한 것만 봐도 그렇다.고대 그리스에는 아고라라는 광장이 있었다.수시로 정치적인 집회가 열렸고,갖가지 현안을 놓고 토론이 벌어지면서 떠들썩했다.아고라처럼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그 어떤 장소가 없을까.국회가 있는 여의도나 정부종합청사 인근의 공간들을 고려해봄 직하다.

불법적인 시위는 불상사로 이어지고 갈등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다.폴리스라인을 지키는 것만이, 모든 시민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