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中서 줄행랑치는 기업들

요즘 중국언론에는 '체불'이나 '임금'과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16일만 해도 선전의 최대 부동산회사인 창휘집단이 문을 닫아 노동자들이 임금을 못 받았다는 기사가 실렸다.광둥성에선 27명의 기업가들이 체불로 구속됐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런 기사가 속출하는 것은 중국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지 진출한 한국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대부분 영세업체인 한국기업들은 '양의 경쟁'에서 '질의 경쟁'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지난 주말 산둥성 옌타이의 한 의류업체 한국인 임직원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이다.작년 말엔 상하이에서 야반 도주하는 것으로 의심을 받은 한국 주재원들이 중국직원들에게 감금 폭행당하기도 했다.칭다오 지역에서만 지난해 100건 이상의 한국기업 야반도주 사건이 발생했을 정도다.그래서 한국정부가 이달 말 고위관리를 단장으로 한 실사단을 파견한다는 소식이다.얼마나 경영이 어려운지 실태파악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반가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작년에도 똑같은 실태파악이 있었고,1년도 안돼 또 실사단이 오기 때문이다.실적을 쌓기 위한 실사라면 작년 보고서를 봐도 좋을 듯하다.그게 아니라면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답을 구상하고 와서 실행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실사였으면 좋겠다.복잡한 청산 절차 때문에 문을 닫고 싶어도 못 닫는 기업,노동법 개정안 등의 시행으로 노무관리가 어려워진 기업 등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칭다오에서 봉제업을 하는 한 기업인은 "예전엔 한국기업이라는 게 프리미엄이었지만 이젠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산둥성에서는 워낙 많은 한국기업들이 야반도주하자 한국기업이라는 이유로 은행에서도 푸대접을 받고있다.정부는 한국기업 전체가 매도당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잃기 전에 보다 하루빨리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