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살벌한 괴물 급습 폐허의 뉴욕 25시 '클로버필드'

1999년 개봉된 '블레어 위치'는 35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억5000만달러의 흥행 실적을 기록했다.

허구를 사실처럼 보이게 한 것이 비결.마녀가 나온다는 숲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영화학도들이 남긴 필름을 그대로 보여준 게 바로 그 작품이었다.

'미션 임파서블3''로스트'의 J J 에이브람스가 제작한 블록버스터 '클로버필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블레어 위치'를 떠올리게 한다.

우선 '블레어 위치'와 같이 캠코더로 촬영한 화면이 나온다.주인공 로버트(마이클 스탈 데이비드)가 애인 베스(오데튼 유스트만)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뉴욕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줄거리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정체 불명의 괴물이 급습하면서 폐허로 변한 뉴욕을 제3의 관찰자인 캠코더로 담아낸 것.

'블레어 위치'가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마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린 화면으로 암시한 반면 이 영화는 빠른 화면으로 긴박감을 연출한다.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는 '익스트림 핸드 헬드' 방식이기 때문에 심한 흔들림은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큼 현장감이 높아졌다.

간간이 비춰주던 괴물의 모습도 후반부에는 제법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지난해 7월 '트랜스포머'의 월드 프리미어(시사회)에서 제목도 없는 예고편을 공개해 관객들의 궁금증을 극대화시켰다.괴물의 정체도 철저히 감췄다.마케팅 기법까지 '블레어 위치'와 닮은 셈이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블레어 위치'를 떠올리는 관객들이 많기 때문에 '새롭다'는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짧은 시간(85분) 동안 팽팽한 긴장감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지만….

15세 이상.1월24일 개봉.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