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화 전교조위원장 "전교조 이름 건 연가투쟁 더는 없을 것"

정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47)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전교조의 변화를 앞장서 이끌고 있다.2006년 12월 취임 이후 정 위원장은 연가투쟁을 실시하지 않는 등 투쟁 일변도의 노선을 포기했다.그는 신자유적인 색채를 띤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정책과 관련해서도 "일부 내용은 바람직하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정 위원장을 직접 만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전교조 개혁에 대해 물었다.

―전교조가 조용해졌다는 말이 들린다."그동안 전교조는 '전교조'라는 이름을 걸고 교육운동을 전개해 왔다.연가투쟁 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고 전교조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졌다.최근에는 다른 교육단체들과의 연대를 시도하며 방향을 선회했다.그래서 탄생한 것이 24개 교육단체 모임인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다.전교조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주로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란 타이틀로 활동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교조의 이름을 건 연가투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면 우리 보고 연가투쟁을 하라는 말인가.(웃음) 앞으로는 더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감하는 참교육 내용으로 승부하겠다.더 이상 연가투쟁은 없다.연가투쟁은 효과적인 전술이 아니라고 본다.지난해 말 '교육으로 행복한 세상만들기'란 캐치프레이즈로 청소년 문화제를 열었다.이처럼 국민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 중이다.내부적으로도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고 있다.내부 인터넷 설문을 강화해 합리적인 투쟁 방법을 찾고 있다."―전교조가 강경노선을 포기했다고 봐도 되나.

"그렇게 볼 수 있다.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으로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겠다."

―이미지 쇄신을 위한 라디오 광고를 했다고 들었는데."전교조만큼 욕먹는 노동조합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1999년 합법화 이후 학생,학부모에게 가깝게 다가가지 못했다.소통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라디오 광고를 하는 것은 이미지를 쇄신하고 학생,학부모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차등성과급 반환금을 모아 문화단체 성격의 재단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37억원 정도 모았다.비정규직과 다문화가정을 돕는 데 쓴다는 큰 틀은 확정했지만 문화단체 성격의 재단을 만들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자율형 사립고 100개,공립형 기숙학교 150개,마이스터고교 50개 신설)'를 평가한다면.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하지만 고교 서열화가 가속화된다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전국 상위 15%에 해당하는 우수학생이 다니는 '귀족학교'와 경쟁에서 탈락한 학생들이 다니는 '평민학교'로 양분되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공립형 기숙학교는 낙후된 농어촌 지역에 세워진다.전교조가 제안한 '농어촌교육특별법'과도 일맥상통한다.

"농어촌 지역에 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문제는 교육의 내용이다.공립형 기숙학교에서도 입시 위주의 공부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순창에 세워진 공립형 기숙학원인 '옥천 인재숙'을 보면 알 수 있다.지방자치단체가 20억원을 지원해 설립했지만 한밤중에 광주에서 학원 선생을 모셔 과외를 시키는 등 입시 학원으로 전락했다.공립형 기숙학교도 같은 절차를 밟을까 걱정스럽다."

―수능 등급제 폐지에는 동의하나.

"등급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제도를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등급제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들의 인권을 향상하는 내용이 담긴 법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 인권법안에는 학생회와 학부모회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의 세 주체가 법에 명시돼 있는 공식 기구로 전반적인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진다.또 교무회의를 의결기구화해 학교장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전교조는 '사교육의 억제'를 강조해 왔다.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킨 적이 없는지 궁금하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경영학과에 다니던 아들이 최근 군대에 갔다(인터뷰 도중 아들로부터 안부전화를 받았다).사교육이 과연 필요한지 아들을 두고 '실험'했다.중ㆍ고교 시절 과외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도 대학에 진학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글=성선화/사진=양윤모 기자 doo@hankyung.com■ 정진화 위원장은…

서울 신화중학교 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내에서 민족해방(NL) 계열,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교육운동에 있어 정권과의 싸움보다 현장에서의 실천을 강조해 왔다.전교조 서울지부 교육연구부장과 여성국장,서울지부장 등을 지냈다.2006년 12월 위원장 선거에서 강경파인 장혜옥 전 위원장을 제치고 제13대 전교조 위원장으로 당선됐다.임기는 올해 12월31일까지다.서울대 교육학과 79학번인 그는 김신일 교육부총리와는 사제지간이다.김 부총리가 정 위원장 결혼식 주례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