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 통합부처 '누가 甲이냐' 신경전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다른 부처와 통합될 운명에 놓인 부처 공무원들이 술렁이고 있다.'지배하느냐,지배 당하느냐'가 화두다.통합부처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경우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이런 저런 추측성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어느 부처 출신이 장.차관을 맡게 될지,어떤 기능이 통합부처의 핵심으로 부상할지,양 부처 공무원 수는 누가 많은지 등이 '생존게임'의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힘 있는 경제부처'로 재탄생하게 된 기획재정부의 경우 지금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파워면에서 엇비슷하다는 점에서 주도권 다툼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1998년 재정경제원에서 분리된 두 부처는 구성원의 출신 성분도 다르다.예산처는 주로 과거 경제기획원(EPB) 멤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재경부는 EPB 출신과 옛 재무부 사람들이 섞여 있지만 아무래도 세제실 국고국 등에 무게가 실리면서 재무부 출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예산처 관계자는 "새 정부가 기획재정부를 만들면서 예산권을 바탕으로 한 정부 정책 조율 기능을 강조한 만큼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쥐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예산처는 또 조직 개편안 발표문에 '예산처에 재경부의 주요 기능을 통합한다'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것을 두고 예산처를 모태로 재경부가 '헤쳐 모여'식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지금껏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재경부 장관이 주재했다"며 "부총리직이 없어지더라도 경제부처를 총괄하는 업무 성격상 재경부 경제정책국과 정책조정국이 핵심 브레인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통합하는 국토해양부는 건설교통부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기존 건교부에 해수부의 해양정책 및 해운물류가 더해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워게임 양상이 복잡해질 것으로 관가에서는 보고 있다.그동안 건교부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아온 구 교통부 출신들이 같은 물류를 담당하는 해수부 출신들과 손을 잡고 '육상.해운.항공 물류' 그룹을 결성할 경우 건설 쪽과 물류 쪽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경우 현재의 산업자원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산자부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정책기획 업무를 끌어왔기 때문이다.산자부가 표정 관리에 신경을 쓰는 데 반해 지식경제부로 옮겨오는 정통부와 과기부 공무원들은 향후 실.국이 어떻게 개편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국가청소년위원회 및 기획예산처의 양극화 민생대책본부 등이 통합돼 신설되는 보건복지여성부에서는 복지부 출신들이 정책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되는 인재과학부는 교육부 공무원들이 주축을 이룰 것이란 분석이 많다.과기부와 산자부의 기능이 더해진다고는 하지만 이 두 부서의 핵심적인 기능은 대부분 지식경제부로 이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파워가 약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수위팀 종합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