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제2의 LTCM 사태 오나" 긴장

ACA 파이낸셜, 600억弗 보증이행 사실상 유예

세계 1, 2위 보증업체도 신용등급 하향 '비상'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휘청대던 미국 금융시장이 채권보증회사의 부실로 또 다른 충격을 받고 있다.보증회사 부실은 금융회사 간 채권보증이행 거래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어 금융시스템 위기를 몰고 왔던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에 비유될 정도다.

사태의 발단은 미 채권보증회사인 ACA파이낸셜에서 비롯됐다.이 회사는 작년 12월 신용등급이 A에서 쓰레기등급인 CCC로 떨어졌다. 이 같은 등급 하락은 이 회사가 보증을 선 채권의 등급도 떨어뜨린다. 그 채권은 메릴린치 같은 대형 투자은행이 투자한 채권들이다. 지난 17일 메릴린치가 31억달러의 채권을 손실 처리한 것도 바로 ACA파이낸셜의 부실에서 비롯됐다.

ACA파이낸셜은 나아가 정상적인 채권보증이행이 어렵다고 선언했다.월스트리트 저널은 18일자 인터넷판에서 ACA가 금융회사들에 600억달러의 보증이행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증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나 만일에 있을지 모를 부도에 대비해 담보를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증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것이다.문제가 된 채권보증은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용어풀이 참조)라는 복잡한 구조를 통해 이뤄졌다.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헤지펀드 등이 거래를 늘리면서 이 파생상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45조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이 스와프 거래의 근간을 이루는 보증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세계 1,2위 채권보증회사인 MBIA와 암박(Ambac) 파이낸셜의 신용등급마저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채권시장이 긴장에 빠져들고 있다.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AAA인 이들 회사의 등급을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곧바로 두 회사 주가는 31%와 51% 추락했다. 그만큼 타격이 컸던 것이다.이들 두 회사의 신용등급 하락은 이들을 통해 채권보증을 받은 금융회사의 손실 증가로 이어진다. 금융시장의 충격이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월지는 이 같은 채권보증회사들의 부실이 악화될 경우 금융시스템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거래의 한 당사자가 손을 들어버리는 꼴이 생기면 신뢰를 토대로 작동되는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LTCM 사태에 비유되는 것도 신뢰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LTCM 사태 때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직접 개입,월가의 주요 은행장들을 불러놓고 4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함으로써 시스템 위기를 극복했지만 이번 사태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라는 복잡한 파생상품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해결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월지가 "위기 조짐을 보이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시장이 과거 LTCM이 운용한 거래보다 복잡해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진단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몰고 온 신용위기로 채권보증회사들의 신뢰 상실 문제가 터지면서 금융시스템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비화하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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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란 신용파생상품의 하나로 채권 등 신용자산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손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전해 주는 계약을 말한다.채권 보유자들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부도가 나버리는 상황을 막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다.CDS계약 매입자는 계약 상대방에게 일종의 보험료인 수수료를 지급하고 계약 상대방은 문제가 생겼을 때 계약대로 돈을 지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