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EO] 勞使, 신뢰ㆍ협력이 '윈-윈' 이끈다

<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인천 남동공단에 본사가 있는 커넥터(Connector) 전문 업체 한국단자공업㈜은 35년간 노사분규가 단 한건도 없는 기업으로 유명하다.본사 외에 인천 논현동ㆍ남동공장과 광주광역시의 자동화된 사출공장,별도의 도금공장 등 4개의 공장과 3개의 R&D센터에서 550여명의 종업원이 땀 흘려 일하고 있다.

이 회사에는 노조가 없다.

모두가 주인인 회사에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구분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한국단자공업㈜의 급여는 웬만한 대기업보다 훨씬 낫다.

정규보너스와 성과급 등 연간상여금이 여느 대기업 못지않고 중고생 두 자녀의 학자금 전액을,대학생 두 자녀에게는 2분의 1을 지원한다.

또 매월 생산목표를 초과하면 근로자에게 인센티브가 지급된다.한국단자공업㈜에는 '도전정신을 가진 우수한 인재는 능력에 맞는 대우를 해준다'는 인재선발 기준이 있다.

그래서인지 창업 이래 아직까지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없을 정도로 노사화합을 이루고 있다.

인천시 산업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건전한 노사문화는 다른 회사들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회사는 노사화합을 위해 전 종업원에게 매월 회사의 현황을 상세하게 보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한국단자공업㈜을 서슴없이 투자유망종목으로 꼽는다.

이렇게 다니고 싶은 '일터'를 만든 사람은 이 회사 이창원 사장(72)이다.

이 사장의 경영철학 제1장은 '일하고 싶은 일터 만들기'다.

직원이 즐거워야 '1등 기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에서다.

조그만 금형업체에서 출발한 사업이 커넥터 개발을 시작으로 지금은 자동차 전장모듈,광통신부품,무선통신부품,기계설비와 작업공정부품 등 1000여종의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 부품회사로 성장한 것도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면서부터다.

기업의 기본적인 속성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한국단자공업㈜처럼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도 경영자가 생각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지식'과 '정보'가 키워드인 21세기에서도 노사관계는 가장 중요한 기초경쟁력이다.

온라인 기업들이 아무리 흥성해도 현장의 '오프라인 기업'에서 생산물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디지털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노사관계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근로'의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다.

새로운 세기에서 근로자는 더 이상 생산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인격체이면서 동시에 산물을 쏟아내는 공장이다.

이른바 지식산업의 발전으로 '노'와 '사'의 개념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처럼 시대가 급속히 변화하는데도 한국의 노사문화는 옛 모습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여전히 당장 눈앞에서 생기는 임금만을 요구하는 분배 위주의 교섭 관행에 젖어 있다.

일부 사용자 역시 인적자원 투자나 근로자에 대한 배려 없이 권위주의적 통제를 지속하고 있다.

신명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분수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문화'보다는 밑에서 위로 솟구치는 '분수문화'가 형성돼야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

'비전이 있는 회사' '내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자유로운 근무환경과 팀워크가 중시되는 회사'가 바로 일하고 싶은 기업의 전형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상황을 투명하게 보여주며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현명한 CEO들은 수시로 시간을 쪼개 회사 경영내역 등을 임직원들에게 공개한다.

의료기 제조ㆍ건강 제품 유통 전문기업 ㈜보령수앤수 이인영 대표는 "즐거운 기업,웃음이 넘치는 기업이 고객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 선다"며 "전 종업원에게 매월 회사의 현황을 상세하게 보고하는 등 믿을 수 있는 일터,즐거운 일터 만들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약은 오로지 기술력에서 비롯되며,기술력의 기본은 주인의식과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에서 나온다.'신명나는 일터' 구축이 기업의 자산과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경쟁력이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