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해외여행 사상최대
입력
수정
예상 출국자 13만명 ..작년비 25%증가이번 설 연휴에 '9박10일'간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했던 새내기 직장인 박현진씨(28ㆍ남)는 얼마전 '3박4일' 일정의 강원도 여행으로 바꿨다.
항공사로부터 2월1일 저녁에 출발하는 유럽행 항공권을 구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김씨는 "설 연휴 3주 전부터 비행기표가 동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올 설 연휴 기간 중 사상 최대의 해외여행객이 몰리면서 항공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설 연휴가 수~금요일(2월6~8일)인 만큼 4일(월)과 5일(화)에 휴가를 내면 앞 뒤 주말을 합쳐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너도나도 해외여행에 나서고 있어서다.◆사상 최대의 항공권 대란
20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기간(2월6~8일) 예상 출국자 수는 12만9298명으로,작년 설 연휴기간(10만3400명)보다 25% 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말을 포함한 2월6~10일 사이 출국자 수는 20만8551명으로 예상됐으며,2월1~10일에는 무려 40만2668명이 '인천발(發) 항공기'에 몸을 실을 것으로 전망됐다.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설 연휴 기간 출국자 수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인기 휴양지로 향하는 항공권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예약이 거의 끝났다.
대한항공의 경우 2월5~6일 제주로 출발하는 항공권은 100% 예약됐으며,2월1일부터 8일까지 중국 및 동남아행 항공권 예약률도 일제히 95%를 넘어섰다.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약률이 95%를 넘었다는건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몇 자리만 남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제주 베이징 상하이 오사카 예약률이 100%를 기록하는 등 주요 휴양 노선에 대한 예약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설 연휴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자 항공사들은 작년 설 연휴 때보다 전세기를 크게 늘렸지만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이번 설에 홍콩(12회) 도쿄(7회) 방콕(2회) 하노이(2회) 등 10개 노선에 전세기를 39회나 띄우는 등 작년 보다 전세기 운항편수를 2배 이상 늘렸고,아시아나 역시 도쿄 홍콩 방콕 등으로 향하는 임시편을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권을 구해달라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지만 '예약이 끝나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를 '고향가는 날'이 아닌 '겨울휴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명절 출국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긴 연휴를 해외 휴양지에서 보내기 위해 아예 신정을 쇤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유럽 미국도 간다"
올해 설 연휴 '해외 나들이'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 유럽 호주 등 장거리 여행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실제 연휴 초인 2월1~2일에 유럽과 미주로 떠나는 대한항공 항공기 예약률은 93~99%를 기록하고 있으며,아시아나항공의 뉴욕 LA 프랑크푸르트행 항공기 예약률 역시 90%대로 작년 설 때보다 2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긴 연휴를 이용해 연휴 초인 2월1~4일에는 미주 유럽 호주 등 장거리 여행객 비중이 전체의 1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명절 때 장거리 여행객이 이렇게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적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2월 초에 출발하는 장거리 여행상품의 가격을 2월5일 이후에 출발하는 상품에 비해 10만~15만원 비싸게 받고 있지만 대부분 '매진'된 상태다.
실제 2월1일에 출발하는 하나투어의 '호주ㆍ뉴질랜드 남북 섬 10일' 상품은 두달 전부터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해 이달 초 판매가 끝났다.업계 관계자는 "장거리 여행자 가운데 상당수는 긴 설 연휴를 이용해 미국 유럽 등으로 유학간 자녀를 만나러 가는 '기러기 아빠'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올 설에는 경부고속도로 못지않게 인천공항고속도로도 붐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