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삼수ㆍ재수 '동병상련' … 고려대 이기수 신임 총장ㆍ연세대 김한중 총장


차기 정부가 대학자율화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4년간 국내 양대 사학을 이끌 수장이 바뀌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지난주 김한중 교수(59ㆍ예방의학과)와 이기수 교수(61ㆍ법학과)를 각각 새 사령탑으로 선임,향후 두 신임 총장 간 치열한 리더십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이들은 2월1일 나란히 취임식을 갖는다.

이 교수는 삼수 끝에,김 교수는 재수 끝에 총장직에 올라 속으로 통하는 점이 많을 것이란 게 주위의 평가다.

전임 총장의 중도하차로 인한 '리더십의 공백' 상태를 극복하고 대학 개혁을 이끌어야 하는 것은 두 사람에게 주어진 공통의 과제이다.그러나 두 사람의 캐릭터가 사뭇 달라 벌써부터 어떤 성적을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교수의 특징은 냉철하고 이성적이라는 것.연세대의 상징인 독수리와 흡사하다.

이 같은 성격은 지난 18일 차기 총장으로 확정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잘 드러난다.김 교수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차이를 숫자 등 각종 데이터를 제시해가며 조목조목 지적,연세대의 각성을 촉구했다.

주변 사람들은 김 교수의 스타일은 한번 마음 먹으면 소신을 지키는 편이라고 평가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직 제의를 받았으나 건강보험 통합 정책 등 당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방향이 자신의 소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사했던 일화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려대 총장 내정자인 이 교수는 '선이 굵은 호걸형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대의 상징인 호랑이와 비슷한 스타일인 셈이다.

이 교수는 지난 17일 차기 총장으로 확정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름아닌 구성원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민심부터 다스리겠다는 뜻의 발언이다.

그의 지인들은 의사 결정 속도가 빠르고 추진력이 있는 '큰 형님' 같은 인물이라고 이 교수를 평가하고 있다.

김 교수와 이 교수의 공약을 살펴보면 향후 연세대와 고려대는 다른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 사람의 의견이 가장 대비되는 분야는 국제화다.

김 교수는 인천 송도에 연세대 글로벌 캠퍼스를 세워 한국 학생들의 '글로벌 감각'을 키워주는 데 역점을 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임기 중 1조원을 모금해 이 중 8000억원을 송도 캠퍼스에 투입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복안이다.

반면 고려대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 분교를 세우는 전략을 선택했다.

"4년의 준비를 거쳐 미국 LA에 분교를 설치,미국 내 명문대 학생 유치에 힘쓰겠다"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대학 자율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연ㆍ고대 총장직을 맡게 돼 두 사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두 사람의 리더십에 따라 대학자율화의 지평이 넓어지거나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