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져 쇼'는 끝났다…모토로라, 작년 휴대폰 12억弗 손실

모토로라의 '레이저 신화'가 적자로 막을 내렸다.

2006년까지 '레이저'란 이름의 슬림폰으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미국 모토로라가 지난해 휴대폰 부문에서 12억달러의 영업손실을 내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잘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이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현재로서는 적자 탈출 전망도 밝지 않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휴대폰 부문 매출이 190억달러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고 12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연간 영업적자 기록은 2001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휴대폰 판매량은 1억5900만대로 연간으로는 처음 삼성전자(1억6110만대)에 밀렸다.

모토로라의 실적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모토로라는 신흥시장에서 노키아와 가격 경쟁을 벌이느라 큰 손실을 봤다.

3세대 휴대폰을 제때 내놓지 못한 것도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 휴대폰 시장이 3세대폰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모토로라는 2세대폰만 판매한 탓에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모토로라의 휴대폰 부문 실적 부진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모토로라는 이날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턴어라운드'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1분기에도 점유율이 떨어지고 적자를 기록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으로 뉴욕 증시에서는 이날 모토로라 주가가 23%나 곤두박질했다.

올해 안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그레그 브라운 모토로라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점유율이 1년 전 최고 23%에 달했는데 작년 말 12.4%까지 수직 하락했다"며 "향후 (점유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는 지난해 4분기에 휴대폰 1억3350만대를 팔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전 분기에 비해 19.5% 늘어난 것으로 세계 2~4위 업체인 삼성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의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노키아의 지난해 4분기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10.8%)의 2배를 훌쩍 넘는 25.0%에 달했다.

특히 중동 아프리카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졌다.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이 아프리카와 중동은 52.3%,아시아ㆍ태평양은 43.5%,중국은 38.4%나 됐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